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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란 무엇인가?

-때 아닌 '진정성' 논란

군대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종교적 신념이나 철학적·윤리적·도덕적 가치 등 이유는 다양합니다. 우리 사회는 이들을 ‘양심적 병역거부자’라고 불러요. 그동안 이들은 ‘병역의 의무’를 어겼다는 이유로 감옥에 갔습니다. 그러다 최근 대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합니다. 과연 인간의 양심을 법이 판단할 수 있는지 처벌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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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5일, 대법원에서 ‘비종교적 양심’에 의한 병역거부와 관련해 세 개의 재판이 열렸다. 

▪ 2019도18442 사건
A씨는 ‘인간에 대한 폭력과 살인을 거부’한다는 개인적 신념에 의해 2016년 3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총 16회에 걸쳐 예비군훈련과 병력동원 훈련소집에 따른 입영을 거부하였다가 예비군법 위반죄 등으로 기소되었다. 이에 1심과 2심에서는 A씨의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이 충분히 소명된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대법원의 판결도 마찬가지. A씨가 ‘진정한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했다는 사실이 충분히 소명되었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진정한 양심’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1심과 2심의 무죄 판단을 수긍하였다. 이는 비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첫 번째 사례가 되었다.

▪ 2019도15120 사건과 2019도7578 사건| 유죄 선고 확정
홍정훈 씨는 2016년 12월 ‘폭력을 내면화하는 군대에 비폭력 수단으로 저항하겠다’며 입영을 거부하였다. 오경택 씨는 2018년 6월 ‘국민을 향해 작전하고 학살하는 군대에 들어갈 수 없으며 총을 잡지 않겠다’며 입영을 거부하였다가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다. 1심과 2심에서는 이들 양심의 ‘진정성’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구형하였다. 대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 비종교적 신념에 의해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진정한 양심’에 따른 것이라면 병역법상의 처벌 예외사유인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것은 맞지만, 이들의 신념이 ‘진정한 양심’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1심과 2심의 유죄 판단을 수긍하였다.

요약하자면, 대법원은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법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홍정훈, 오경택 씨에 대한 판결에서는 양심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날 네 개의 시민단체(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가 공동으로 논평을 냈다. “홍정훈, 오경택에 대한 대법원의 선고는 양심의 자유 보호라는 대체복무제도 도입의 취지가 무색한 판결”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평화인권단체들과 함께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에 이 사건을 진정할 계획이다. 참고로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주요 결정은 다음과 같다.

2006년, 2010년, 2011년(3회) |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대체복무 없이 형사 처벌하는 것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 규약’(B규약) 위반” 결정
2005년, 2017년 | 국가인권위원회,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 권고
2018년 6월 | 헌법재판소, 대체복무제 규정 없는 병역법 조항 ‘헌법불합치’ 결정
2018년 7월 | 국가인권위원회, “양심적 병역거부자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 대법원에 의견 제출
2018년 11월 | 대법원 전원합의체, 종교적 신념에 의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첫 무죄 판결
2019년 12월 | 국회,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제정
2020년 10월 | 병무청, 최초의 대체복무요원 소집

2021년 2월 | 대법원, 비종교적 신념에 의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첫 무죄 판결 


🔎생각 돋보기
 

01 “대한민국은 여전히 양심의 자유를 처벌하는 나라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합니다. 병역법상 ‘정당한 예외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 거예요. 그렇다면 ‘진정한 양심’이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