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랫동안 두 사람이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방식을 전형적인 가족의 모습으로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부모-자녀로 구성된 핵가족’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반면에 새로운 가족 형태가 점점 늘어갑니다. 실제로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한 부모 가족, 재혼 가족, 노인부부 가족, 독신부부 가족, 소년소녀가장 가족, 동성애 가족, 대안가족 등 복잡하고 다양한 사례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걱정스럽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어요. 반면 사회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전통적인 가족 제도가 붕괴되고 있다며 이를 부추기는 새로운 가족 형태를 탐탁지 않게 여겨요. 한편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고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변화한 시대에 걸맞은 태도라고 주장해요. 전문가들은 어쨌든 이제는 가족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어야 할 때라고 지적해요. 과연 가족의 변화는 극복해야 할 위기일까요, 아니면 새로운 가능성일까요?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 가족이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가 늘면서 혼인율과 출생률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혼 가구가 늘면서 기존 가정이 해체되는 사례도 많아졌어요. 1970년대 인구 1,000명 당 0.4명이던 이혼율이 2021년에는 2명으로 늘어납니다. 50여 년 사이에 무려 5배나 증가한 결과입니다. 이러한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아홉 번째로 아시아에서는 최고로 높아요.
예전에는 나이가 차면 당연히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자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에 뛰어듭니다. 취직하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 것은 정해진 코스나 다름없었어요. 유능한 직업인이 되어 가족을 부양하는 것을 ‘가장(家長)’의 미덕으로 여겼습니다. 여자는 학교를 졸업하면 곧바로 결혼하거나 잠깐 직장생활을 하다가 결혼합니다. 나이가 찼음에도 결혼을 하지 않으면 일가친척들로부터 ‘노처녀’라는 평가를 받으며 빨리 가정을 꾸릴 것을 요구받았습니다. 일찌감치 결혼해서 집안일을 떠맡고 보육을 책임지는 ‘현모양처’가 훌륭한 여성의 전형으로 평가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