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수많은 동물이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도시가 동물의 서식지로 적합할 리가 없는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먹을 것이 풍성하고 잠잘 곳이 다양한 숲과 달리, 아스팔트 위에 시멘트와 유리, 철근 등으로 세운 도시에서 살기가 얼마나 괴로울까? 하지만 박병권 한국도시생태연구소 소장의 인터뷰를 읽으니 조금 안심이 된다.
“도시는 자연보다 환경 변화가 적고 안정적이다. 튼튼한 건물이 바람을 막아주고 음식물도 훨씬 많다. 자동차 소음, 네온사인 등만 견딜 수 있다면 동물도 충분히 도심에서 살 수 있다. 도시 속 인공구조물이 동물에게 위협적일 것이라 생각하기도 하지만, 이는 선입견이다. 동물은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저 적응해나갈 또 다른 ‘환경’일 뿐이다. 각 동물들의 생존방식을 따졌을 때, 자연보다 도시환경에서 생존 가능성이 높다면 도시도 동물에겐 훌륭한 쉼터다.” _박병권 한국도시생태연구소
동물에게 서식지란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구할 수 있는, 그야말로 삶의 전부가 행해지는 곳이다. 인류는 문명과 기술에 힘입어 거주지 이외의 장소, 즉 멀리 떨어진 지역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필요한 물품을 조달할 능력을 거머쥐었지만 동물은 그렇지 않다. 동물은 서식지에서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마련해야 한다. 종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먹이·물·은신처·배우자·새끼를 양육할 공간을 서식지에서 구한다.
이 조건을 충족한다면, 어떤 곳이든 동물의 서식지가 될 수 있다. 동물은 콘크리트와 시멘트로 세운 도시에서도 위에서 말한 모든 것을 구할 수 있으면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 일례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맹금류 가운데 유일하게 도시에 적응한 황조롱이를 보자. 황조롱이는 주로 높은 빌딩 사이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원래 이들은 암벽 지형에서 살았다. 황조롱이의 눈에는 가파른 협곡과 도시의 마천루가 다를 바 없기에 도시에 무사히 안착해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