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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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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버그, 박멸이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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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여름, 서울 은평구와 경기 고양시 일대에 낯선 벌레가 대거 출몰했다. 암수가 항상 붙어다녀 ‘러브 버그’로 불리는 이 털파리들은 가정집 방충망에 수십 마리씩 다닥다닥 붙어있는가 하면, 수만 마리가 떼 지어 도심을 휘젓고 다녀 사람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 언론에서도 ‘러브 버그 대소동’을 대서특필했다. 

러브 버그의 개체 수가 폭증한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이상 고온 현상이 영향을 미쳤으리란 분석이다. 우리나라에서 털파리류는 보통 겨울~봄철 산간 지역에서 애벌레로 살다가, 기온과 습도가 오르는 5월 말에서 6월 초 순차적으로 성충이 된다. 올해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국립생물자원관 변혜우 연구관은 “올해 봄 가뭄의 영향으로 토양에 적정한 습기가 없어 애벌레가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가 비가 내리면서 습해지자 한꺼번에 성충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브 버그의 수명은 고작 일주일. 며칠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진다. 그런데 서울의 지자체는 러브 버그 사태가 일어나자 곧장 완전 박멸을 목표로 대규모 방역을 실시했다. 보기 싫은 곤충과는 한시도 어울려 살지 않겠다는 선언 같았다. 도심 주택가는 물론이고, 관내 산과 수풀에도 살충제를 대량 살포했다. 심지어 서울 서초구나 인천 계양구 등은 러브 버그가 출몰하지 않았는데도 선제적 방역을 시행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무분별한 방역은 악순환을 불러올 뿐이라고 지적한다. 정부희 우리곤충연구소 소장은 “2년 전 은평구에 대벌레가 떼로 출몰했을 당시 행정기관에선 대규모 소독으로 대응했지만, 대벌레나 러브 버그만 콕 집어 죽일 수 있는 살충제는 없다”며 “살충제로 인해 여러 포식자 곤충들이 죽게 되면 다음엔 생태계 균형이 깨져 더 많은 벌레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