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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떼제 공동체 마을

세계 청년들의 마음 휴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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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9일 토요일 밤, 많은 청년이 모여 있던 이태원에서 가슴 아픈 사건이 일어났다. 착잡한 마음으로 일요일을 보내다 오랜만에 성당에 들렀다. 마음이 힘들고 머리가 복잡할 때, 절이나 성당을 찾아가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기도하고 오길 좋아한다. 이날 성당에선 ‘떼제’ 미사가 열렸다.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작은 하얀 초를 입구에서 받았다. 여느 미사처럼 성가대가 2층에서 큰소리로 노래하지 않았고, 신부님이 미사를 이끌지 않았다. 그저 모두 함께 짧은 성가와 성경 구절만 반복해 되뇌었다. 촛불만이 어둠 속에서 조용히 빛났다. 청년들의 죽음과 아픔을 애도하고 사랑과 희망으로 연대하는 마음을 나눈 시간이었다.

미사를 마치고 떼제 미사가 무엇인지 궁금해 찾아보았다. 떼제는 프랑스 동부의 작은 마을 이름이다. 떼제에는 기독교 초계파[1] 로제 수사가 만든 공동체가 있고, 떼제 미사는 바로 떼제 공동체의 예배방식을 따르는 미사다. 고요한 농촌 마을 떼제는 이 공동체가 들어선 이래 수만 명이 찾는 곳이 되었다. 

화해를 위해 세운 공동체 마을

떼제 공동체를 만든 로제 수사는 1940년 여름, 프랑스의 한적한 시골 마을 떼제에 혼자 도착했다. 그는 스위스 제네바 출신으로 어머니가 프랑스인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당시, 독일 나치에 점령당한 떼제에 홀로 정착한 스물다섯 살의 수사는 처참한 전쟁 속에서도 화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꿈을 품었다(떼제 공동체의 대표 테마는 ‘화해’다). 

로제 수사는 전쟁 중에는 전쟁 난민들, 특히 나치 독일군을 피해 도망친 유대인들을 숨겨주었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독일군 포로들을 맞이해 함께 생활했다. 첫 두 해는 로제 수사 혼자 지냈고, 그 후 차츰 다른 수사들이 찾아와 1949년 형제회가 결성되며 마을은 점점 평안을 구하는 공동체의 모습을 갖추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