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생긴 동네 합창단에 ‘오픈데이(오는 사람 막지 않는 날)’가 있다고 해서 하루 객원으로 참가해 노래 부르기로 했다. 예전에 성가대 활동을 오래 했었는데, 그때 서로 노력해 화음을 맞춰가던 것이 참 좋아서 언젠가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 벼르던 터였다. 그런 내게 오픈데이는 너무 좋은 기회였다!
문제는 평일 저녁 8시라는 합창 시간. 천둥이 산책 시간과 딱 겹친다. 에잇, 하룬데… 그냥 엄마 집에 데려다 놓고 다녀올까. 고민하다가 뭔가 서러운 듯한 천둥이 표정을 보니 마음이 짠했다. 물끄러미 내 쪽을 바라보는 천둥이와 눈이 마주쳤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와버렸다. “둥아, 누나랑 합창단 같이 갈까?”
그 사람 많은 자리에, 그것도 몇몇은 동네에서 얼굴 한두 번 마주친 게 전부인데 천둥일 데려가도 되냐고 물어보는 건 도전이었다. 그나마 모임 장소인 당인리 교회 지하 예배당에 한 번 가본 적이 있어서 용기가 났다. 신발 신고 들어가는 넓은 곳…. 공간마저 생소했으면 아마 시도조차 안 했을 거다.
초대자인 ‘반짝’에게 천둥이랑 같이 가도 되냐고 문자 보내는 날 보며, ‘코코 오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호기심 덩어리인 코코는 한자리에 가만히 있질 못하고 새로운 사람을 보면 너무 좋아서 잔뜩 흥분하기 때문에, 코코 오빤 이런 자리에 코코를 데려가도 되냐고 물어볼 생각 따위는 아예 하질 않는다. 그의 삶에서 인간들과의 각종 저녁 모임이 거의 사라진 이유다). 하지만 난 굴하지 않고 문자를 날렸다. 일단 물어보고, 안 되면 혼자 가지 뭐!
두근두근. 저녁 먹으며 기다리는데 답장이 왔다.
- 참가자들에게 여쭤봤는데, 특별히 알러지 있거나 무섭다고 의견을 피력하신 분은 여태까지 없었어요. 7시 10분까지 의견 받는다고 했으니 기다려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