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할 즈음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어요. 베트남 북부 지방을 여행하기엔 이 무렵이 가장 좋은 시기라고 하더라고요. 준비를 제대로 안 해간 탓에 고생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재밌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도 베트남에서 먹었던 음식들이 종종 생각나요. 특히 쌀국수! 한국에서도 많이 먹던 음식이지만, 현지의 맛은 뭔가 특별하게 느껴졌지요.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어요. 우리나라도 쌀이 주식인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베트남처럼 쌀국수를 먹는 문화가 생겨나지 않았을까요?
찾아보니, 바로 우리나라에서 먹는 쌀과 베트남에서 먹는 쌀의 품종이 다르기 때문이래요. 우리나라에서 주로 먹는 쌀은 자포니카(Japonica) 품종이에요. 일본(Japan)의 지명에서 유래한 이름이에요. 자포니카 쌀로 지은 밥알은 찰기가 있어서 서로 달라붙지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주로 먹는 쌀밥은 젓가락으로 집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쫀득쫀득한 거예요. 입에 쩍쩍 달라붙는 찹쌀도 자포니카 쌀의 일종이지요. 찹쌀이 얼마나 끈적끈적한지, 풀이 없던 옛날에는 찹쌀가루를 물에 푹푹 쑤어서 벽지를 붙이는 도배용 찹쌀풀을 만들어 쓰기도 했어요.
그런데 베트남 음식점에 가서 밥 메뉴를 주문하면 ‘후~’ 하고 불면 날아갈 정도로 포슬포슬한 밥이 나와요. 이 쌀밥은 젓가락으로 집으면 마치 설익은 밥처럼 밥알이 젓가락 사이로 후드득 떨어질 정도로 찰기가 없어요. 밥알의 생김새도 우리 밥상에서 자주 보던 것과 다르게 가늘고 길쭉하게 생겼지요. 씹는 느낌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른 이 쌀은 인디카(Indica) 품종이에요. 인도(India)형 쌀이라는 뜻이죠. 인디카 쌀로 지은 밥은 손으로 집어 먹어도 손에 달라붙지 않을 만큼 찰기가 없어서, 실제로 이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 중에는 밥알을 손으로 집어 먹는 문화가 발달한 곳도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