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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공허와 권태가 낳은 파멸적 사랑

누구나 고리타분한 나날 대신, 짜릿한 낭만적 일상을 꿈꾼다.
그러나 백일몽에 빠져 진정한 삶의 모습을 보지 못하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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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허영이 아니라 절제에서 온다

프랑스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는 19세기 파리를 들썩이게 한 매력적 연애소설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엠마 보바리,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에 사는 소시민 여성이다. 엠마의 두 차례 불륜과 비극적 죽음을 다룬 이 작품은 1857년 출간되자마자 ‘외설 시비’에 휘말렸다. 작가와 편집자는 대중적·종교적 도덕성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해 법정에 불려 나갔고, 엄청난 벌금을 내고 감옥에 갈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몇 달에 걸친 법정 투쟁 끝에 무죄 판결이 났다. 화제가 된 작품은 무삭제로 출판되어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플로베르는 프랑스 문단의 별로 떠올랐다.

이 작품을 지배하는 감정은 ‘연애’가 아니라 ‘환멸’이다. 플로베르는 불꽃처럼 타오르는 사랑이 사실이 아니라 낭만적 열정에 빠져서 엄연한 현실을 외면하는 자기기만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우리에게 알리려 애쓴다.  

우리는 모두 엠마와 같은 사랑을 꿈꾼다. 재미없는 인생에 한순간 나타나는 구원 같은 사랑, 첫눈에 정신을 빼앗고 이성을 파괴하며 모든 것을 내주도록 이끄는 사랑…. 이런 꿈마저 없다면 무미건조한 일상이 가져오는 단조롭고 지루한 생활을 도무지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플로베르가 “보바리 부인은 바로 나다”라고 말한 이유이다. 우리 마음에는 누구나 보바리 부인이 산다. 낭만에 매혹당한 이 마음은 소설에서 ‘병적인 허기’와 ‘탐식의 욕망’으로 자주 나타난다. 결혼식 잔칫상은 엠마가 충족했으면 하는 화려한 삶을 선명히 보여준다.

채끝 네 덩어리, 닭고기 프리카세 여섯 개, 송아지 고기 스튜, 양의 넓적다리 고기 세 덩어리, 한가운데에는 참소리쟁이를 넣은 순대 네 개를 곁들인 예쁜 새끼돼지 통구이가 놓였다. 노란 크림을 담은 큰 접시들은 탁자가 조금만 충격을 받아도 출렁거렸는데, 고른 표면에는 작은 사탕과자로 된 아라베스크 필체로 신랑 신부 이름의 머리글자가 씌어 있었다. 과일 파이와 누가는 이브토에 있는 과자 기술자를 불러와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