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15일,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멈췄다. 데이터센터 배터리에서 난 불 때문이었다. 피해는 비단 ‘카톡’을 보낼 수 없다는 데 그치지 않았다. 카카오톡의 가입자는 4,500만 명, 산하 계열사는 187개에 이른다. 결제나 송금, 예약과 택시는 물론 정부 민원서비스까지 카카오톡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런 카카오톡이 먹통이 되었으니 전 사회가 ‘일시 정지’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카톡 없이는 송금조차 어려워진 현실에 시민들은 그동안 너무나 많은 것을 카카오톡에 의존해왔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물론 누군가는 ‘카톡 먹통’이 그저 운 없이 일어난, 예외적인 사건일 뿐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간 무제한의 편리함과 자유를 누리게 해주던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이 멈추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현실이야말로, 어쩌면 현대사회의 본질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카톡과 같은 온갖 플랫폼, 그리고 플랫폼을 돌아가게 만드는 통신망이야말로 우리의 생활세계를 지탱하는 필수 불가결한 조건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문화연구자 박승일의 《기계, 권력, 사회》는 멈춰버린 카톡이 의도치 않게 드러낸, 개개인의 일상을 구성하고 관리하는 힘을 보다 선명히 이해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그가 주목하는 건 ‘매개 환경’이다. 매개 환경은 개인과 사회를 이루는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조건이니만큼, ‘카톡 먹통’과 같은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고서야 그 존재를 인지하기 쉽지 않다. 그 자연스러움과 당연함이야말로 매개 환경이 문제적인 이유다. 매개 환경의 ‘바깥’을 상상하기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그 속의 개인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생각·행동하게끔 은밀히 유도하기 때문이다.
박승일은 오늘날의 매개 환경을 만든 요인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1970년대 시작되어 1989년 이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1] 세계화다. 다른 하나는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다. 둘은 별개의 과정이 아니었다. 시기적으로도 일치했을 뿐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이끌고 퍼뜨리는 역할을 했다. 이처럼 신자유주의가 내건 ‘자유로운 시장’과 인터넷이라는 ‘자유의 기술’이 맞물리며, 개인은 ‘이중 관리사회’의 구속에 놓인다. 외부의 ‘환경’은 물론 내면의 ‘정신’까지 세심히 관리하며 저항의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