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3일 프랑스 누벨 바그[1]의 거장, 장 뤽 고다르 감독이 별세했다. 1930년생인 장 뤽 고다르는 <네 멋대로 해라> <미치광이 삐에로> <사랑과 경멸> <주말> 등의 걸작을 연출하며 영화의 새로운 문법을 시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장 뤽 고다르의 영화를 보지 못한 이들도, 아마 파리의 거리를 걷는 장폴 벨몽도와 진 세버그의 투샷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헐렁한 정장에 중절모를 삐딱하게 쓰고 담배를 문, 불량한 얼굴의 장폴 벨몽도. 숏컷에 ‘뉴욕 헤럴드 트리뷴’이란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밝게 웃는 진 세버그. 안 어울리는 것 같지만 묘하게 조화로운 프랑스 남자와 미국 여자가 파리를 누비며 ‘제멋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네 멋대로 해라>(1960)는 당대에 대단한 충격을 안겨준 영화였다. 1983년, 할리우드에서는 리차드 기어와 발레리 카프리스키 주연의 <브레드레스>로 리메이크했다.
<네 멋대로 해라>에서 진 세버그의 반항적이며 발랄한 연기는 한없이 매력적이었다. 장폴 벨몽도보다 진 세버그가 강렬하게 느껴졌다. 내가 남자라서만은 아니다. 미국에서 유학을 왔고, 신문을 팔며 파리에서 홀로 지내는 여성을 연기하는 세버그는 새로운 영화의 분위기를 그대로 표현하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빛나는 배우였다. 그런데 이후로 잘 보이지 않았다. 영화 한두 편으로 정상에 올랐다가 순식간에 사라진 배우들도 많으니, 그런가 보다 했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자기 앞의 생》을 쓴 프랑스의 소설가 로맹 가리와의 뜨거운 사랑 이야기 정도로 진 세버그를 기억했다.
<세버그>를 보기 전까지는, 진 세버그의 삶을 자세히 찾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진 세버그를 연기한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인터뷰에서 “진이 미국 정부의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몰랐는데,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그걸 몰랐을까 싶지만, 엄청난 권력에 의해 의도적으로 숨겨졌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FBI의 감시를 받으며 힘들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세버그>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치졸하고 악독한 공작이었는지는 미처 몰랐다. 세버그의 죽음 역시 의문에 싸인 상태로 남아있다. 너무나 유명했던 배우가 당시 미국 정부의 사상과 다른 생각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처절하게 몰락했던 사실을 <세버그>는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