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일반 시민이 세금 문제를 들여다보기는 쉽지 않다. 조세 제도가 워낙 복잡한 데다 국가기관에서 세금 사용 내역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더욱 그렇다. 일반 시민이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제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정보공개청구이다.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이 청구를 활용해 특수활동비 공개를 이끌어낸 바 있는데, 단체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다.
세금 감시 운동을 벌이는 이상석 활동가(현 세금도둑잡아라 사무총장)는 광주광역시를 상대로 나 홀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벌였다. 광주시는 2013년 유니버시아드(국제 대학 스포츠 연맹이 주관하는 대학생 종합 운동 경기 대회) 대회를 유치하려다 실패했는데, 이때 유치활동비가 수상하게 쓰인 정황을 포착해서였다.
광주시는 유치 활동을 벌일 당시 총 30억 원을 예산으로 받았다. 그런데 이상석 활동가가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활동비를 조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뒤늦게 예산에서 3억 원이 남았다며 이 비용을 반납했다. 국민이 예산 사용처를 감시한다는 인상을 준 것만으로도 세금 3억 원을 회수한 것이다.
나머지 예산은 적절히 쓰였냐면 그렇지 않다. 정보공개청구 결과 광주시의원들이 유치활동비로 명품 핸드백, 고가의 전자기기 등 뇌물을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의원들의 비리가 적발됐을 뿐 아니라, 전국에서 열리는 대형 국제 스포츠대회의 유치활동비 집행 내역을 누구라도 볼 수 있다는 판례가 생겼다. 시민 한 사람의 정보공개청구가 모두의 권리를 보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