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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류층의 언어, 상류층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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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가진 계급성을 테마로 한 희곡이 있다. 조지 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 이 작품의 주인공 일라이자는 길거리에서 꽃을 파는 하층민 소녀다. 비가 내리는 영국 런던의 한 거리에서 일라이자가 하층민 특유의 험한 말을 거침없이 쓰고, 능청스러운 거짓말을 내뱉으며 꽃을 판다. 그 자리에 있던 음성학 교수 히긴스가 말한다.  

히긴스 : 그런 우울하고 역겨운 소리나 하는 여자는 어디에도 있을 권리가 없어. 살 자격이 없다고. 너는 영혼을 가진 인간임을 기억해. 신이 주신 똑똑하게 발음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그리고 네 모국어는 셰익스피어와 밀턴 그리고 성서의 언어야. 그러니까 거기 앉아서 비둘기처럼 구구대지 좀 말라고.  

히긴스는 함께 있던 언어학자 피커링에게 석 달이면 자신이 일라이자의 언어를 상류층의 언어로 교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히긴스는 장담한 일을 해냈고, 두 사람이 일라이자와 함께 파티에 참석했는데, 누구도 일라이자의 신분을 알아채지 못했다. 언어는 한 사회에서 경제·사회적 계급을 나타내는 지표로 기능한다. 바꾸어 말하면, 그 사회에서 쓰는 언어를 아는 사람은 환영받고, 모르는 사람은 배제된다. 일라이자는 상류사회가 쓰는 언어를 습득해 그곳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언어의 계급성은 조선시대의 왕과 양반, 하인의 말투를 떠올려보면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신분이 사라진 현대에 언어에도 계급성이 있다니, 오래전의 얘기가 아니냐고 되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영국에는 100년 전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아직도 왕족이나 귀족 들이 주로 사용하는 악센트(Posh)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