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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당한 언어, 사라지는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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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라는 책이 있어요. 언어학자 다니엘 에버렛이 아마존의 피다한 부족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기록한 책입니다. 한 나라의 언어에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를 담고 있지요. 책 제목인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는 피다한 사람들의 밤 인사입니다. 아마존 정글에는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안전을 위해서 밤에 깊은 잠을 자지 않는다고 해요. 보통 15분~2시간 정도 토막잠을 자는데요, 이 인삿말 속에는 위험하니까 깊이 잠들지 말라는 당부의 뜻이 담겨 있어요.  

재미있는 예를 하나 더 들어볼게요. 피다한 사람들의 말에는 수를 세는 말이 없어요. 하나, 둘, 셋 같은 숫자가 없다니 믿어지지 않지요? 숫자를 지칭하는 언어가 없으면 너무 불편할 텐데 말이죠. 분식집에 여러 명이 갔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떡볶이 2인분, 라면 1인분, 어묵 3개, 이렇게 주문을 하고 싶은데 숫자가 없다면?
왜 피다한 부족의 언어에는 수를 세는 말이 없을까요? 숫자를 셀 일이 없어서지요. 그래서 이들은 물고기 한 마리와 물고기 두 마리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잘 모르고, 그 때문에 교역을 할 때 자주 사기를 당한다고 해요. 

언어는 삶을 담는 그릇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밥 먹었어?”라는 인삿말을 곧잘 나눕니다. 정말 밥을 먹었는지 궁금해서 묻는 말은 아니죠. 이 말을 영어로 옮겨적으면 의미가 좀 다를 겁니다. 식사를 했는지 정말 궁금해서 하는 질문일 테니까요. 언어는 이렇게 표면적인 뜻으로만 국한해서 쓰지 않아요.  '잠들면 안돼', 라는 말이나 '밥 먹었니'라는 말이 인삿말이 된 데는 그 말을 사용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깃들어 있어요.

그런데 만일 피다한 부족이 수업 시간이나 공적인 자리에서 영어를 사용해야 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피다한 부족의 고유한 언어들이 사멸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