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전 세계의 90%는 백인이 통치하고 있었다. 여기에 최초로 균열을 낸 것이 러일전쟁(1904~1905)이다. 당시 러시아의 국가 예산은 일본의 10배. 누구도 러시아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종 승자는 일본이었다. 일본은 이 전쟁에 국가의 운명을 걸었고, 총력전을 편 끝에 승리했다. 그러면서 두 명의 전쟁 영웅을 탄생시켰다. 해군의 도고 헤이하치로와 육군의 노기 마레스케다.
승리의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승리의 이유를 특정 개인 덕분이라고 할 때, 그 개인의 삶은 신화화된다. 노기 마레스케도 마찬가지다. 그의 신화 뒤에 숨은 실상을 알아보자.
러일전쟁이 발발했을 때, 만주의 뤼순항을 누가 먼저 점령하는지에 전쟁의 승패가 달려있었다. 세계 최강인 러시아의 발트함대가 무섭게 일본을 공격하러 오고 있었고, 그 전에 뤼순항을 점령해야 했던 일본의 대장은 노기 마레스케였다.
뤼순에는 해발 203m의 ‘203고지’가 있었는데 ‘한 사람이 지키면 만 사람이 와도 열 수 없는 천혜의 요새’였다. 러시아는 여기에 시멘트 20만 포대를 사용해 요새를 더욱 튼튼히 했다. 노기는 요새의 중앙을 돌파하여 고지를 둘로 분단하는 전략을 세운다. 그러나 이는 말도 안 되는 전략이었다. 일본군은 총과 총검으로 돌격했고, 분당 500연발의 러시아 맥심기관총에 쓰러져나갔다. 얼마나 많은 일본군이 죽었는지 러시아군은 시신이 부패하는 냄새 때문에 나프탈렌을 코에 대고 전투해야 할 지경이었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