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최근에 디자인한 램프 ‘스코티’를 보자. 요즘 많이 쓰는 충전식 LED 램프라고 하는데, 뼈다귀를 입에 물고 있는 작은 강아지 한 마리만 보일 뿐 램프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 플라스틱 캐릭터 상품이 아닌가 싶은 이 강아지의 정체가 바로 조명이다. 터치하면 뼈다귀에서 빛이 흘러나온다.
특별한 기능이나 첨단 기술은 전혀 없는 램프지만 그걸로 충분하다. 최초의 디자인학교라 일컬어지는 독일의 바우하우스(1919~1933) 시기에 이런 디자인이 등장했다면 디자인 자격을 박탈당했을 법하다. 디자인을 하면서 마땅히 추구해야 할 기능성을 완전히 무시한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디자인을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전혀 문제 될 점이 없다. 재미있고 마음이 충만해질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 귀엽고 유쾌한 스코티 조명은 디자인의 본질이라고 여겨지는 기능성을 짓이겨 버리는 아주 혁명적인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보기에는 재밌고 가벼워도 그 내용은 아주 공격적인 스테파노 지오반노니의 디자인 경향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되어 있었다. 1990년대 말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던 토끼 모양 이쑤시개 꽂이는 디자인의 영역을 한참이나 넓혀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