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개봉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는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안겨준 영화였다. 정교하게 연출한 3D 영상이 환상의 세계를 놀라운 현실감으로 재현했다. <타이타닉>으로 전 세계에서 20억 달러가 넘는 흥행수익을 올리며 기록을 세운 제임스 카메론은 <아바타>로 28억 달러의 흥행수익을 이루며 자신이 세웠던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에서도 <아바타>를 1,400만 관객이 관람했다. 지난 12월 14일, 13년 만에 개봉한 속편 <아바타: 물의 길>도 전 세계에서 20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고, 한국 관객도 1,000만이 넘었다.
<아바타>는 2150년대를 배경으로, 가상의 행성 ‘판도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판도라에는 인간보다 몸이 1.5배 정도 크며 파란색의 피부를 가진 ‘나비족’이 살고 있다. 인류는 판도라에서 언옵테늄이라는 귀중한 자원을 안정적으로 채취하기 위해 군대를 대규모로 파견한다.
지구의 과학자들은 나비족과 접촉하고 교류하기 위해, 인간과 나비족의 DNA를 섞어 ‘아바타’라 부르는 인공 육체를 만들어냈다. 아바타는 인간의 의식과 연결되어 자유롭게 움직인다. 주인공 제이크 설리는 미국 해병이었지만 부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사람이다. 실의의 나날을 보내던 제이크는 형인 톰 설리가 죽은 장소인 판도라에 오게 된다. 톰의 아바타를 조종할 수 있는 일란성 쌍둥이였기 때문이다. 장애인인 제이크는 아바타의 몸을 갖게 되면서, 새로운 희열을 경험한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감각만이 아니라 ‘다른’ 존재가 됨으로써 경험하는 ‘다른’ 감각이고 세계다.
제이크는 나비족 여인 네이티리를 사랑하게 되면서, 지구인이 아닌 나비족의 입장에 서게 된다. 지구인이 판도라에서 하는 일은 문명과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침략과 약탈이다. 유럽인이 ‘신대륙 발견’이라는 이름으로 미화했던 근현대 역사와도 겹쳐진다. <작은 거인> <늑대와 춤을> 등 서부극이나 베트남전쟁을 다룬 영화에서도 많이 보았던 이야기다. 우월한 물질문명을 가진 자가 평화롭게 자신들의 삶을 유지하는 원주민의 공간에 들어가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자신들의 질서에 편입시켜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