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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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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함께

깨진 어금니가 말해주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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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아도 2∼3일에 한 번은 닦이던 천둥이 이빨을, 일에 치이고 몸이 힘들어지며 놓아버린 지 2주째 되던 어느 주말이었다. 비몽사몽간에 우리 개 천둥이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는데 가까이 스칠 때마다 아주 불쾌한 냄새가 나는 것이, 뭔가 이상했다. 입안을 벌려 보니 세상에, 오른쪽 어금니가 깨져 있었다! 부러진 이빨 조각이 잇몸에 덮개처럼 간신히 매달려 덜렁거리고 있었는데, 괴사한 듯 그 부분만 갈색으로 변했고 침인지 뭔지 모를 끈적한 액체가 주변을 흐르고 있었다. 냄새는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약했다. 육안으로나 냄새로나 이건… 당장 머릿속에 위기를 알리는 사이렌이 켜졌다. 

급하게 집 근처 대형견주 단톡방에 물어 추천받은 치과 전문 병원은 모두 강남에 있었다. 동물 치과 치료는 아무 동물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치과 전문 병원이 따로 있다. 이곳저곳 전화해본 뒤 평도 괜찮아 보이면서 가장 빨리 진료 볼 수 있는 곳으로 약속을 잡았다. 휴가를 내긴 어렵고 오후엔 출근해야 해서 오전 진료를 보기 위해 이틀이나 더 기다렸다. 

오전 9시 예약. 잠을 거의 자지 못해 눈은 퀭했고 머리로는 이미 새벽 6시부터 온갖 시뮬레이션을 돌린 참이었다. 아침 챙겨 먹고, 인근 주차장에서 공유 차량을 빌려오고, 처음으로 6시간 정도 혼자 엄마 집에 맡겨질 코코(천둥이 여자친구)를 위해 간식·놀잇감 등을 준비하고, 엄마에게 일러줄 주의사항 등을 챙기고…. 

무엇보다 마음의 준비가 절실했다. 천둥이는 병원을 끔찍이 싫어하는데, 모두가 달려들어도 마취 주사를 못 놓으면 안정제라도 억지로 먹여야 하나…. 부딪혀보기 전까진 답 없는 고민을 거듭하며, 남들은 출근길, 코코오빠와 나는 이빨이 부러진 큰 개를 데리고 한강 다리를 건너 내·외관이 깔끔한 동물치과병원에 도착했다.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 그리고 뼈 간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