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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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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모방해 살아남은 인류,

자연의 공존법도 모방해야

인간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모방 능력을 지녔어요. 할머니가 엄마에게 하는 잔소리를 딸이 보고 배우듯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말과 행동의 본질을 재빠르게 해석하고 그것을 응용하지요. 인간이 주로 모방하는 대상은 자연이에요.
이제는 공존이라는 자연의 기본 원칙을 더 열심히 모방할 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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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하는 동물 인간, 밈을 만들다

아기들은 아주 어린 시기부터 다른 사람(특히 부모)의 행동이나 표정, 말을 따라 한다고 해요. 이처럼 인간은 아주 본능적이고 보편적인 모방 능력을 지니고 있지요. 인간의 여러 능력 중에서도 특히 모방 능력은 다른 어떤 동물, 심지어 유전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침팬지조차 범접할 수 없을 만큼 탁월해요. 그래서일까요? 서울대학교 교수인 장대익은 2012년 발표한 논문에서 인간을 ‘호모 리플리쿠스(Homo Replicus, 모방하는 자)’라고 표현했지요.

잠시 요즘 인터넷 용어나 신조어 격으로 많이 사용되는 밈(Meme) 얘기를 해볼게요. 밈이라는 용어는 사실 1976년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책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사용된 과학용어예요. ‘모방된 것’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 ‘미메메(μίμημα, 영어로는 Mimeme)’를 유전자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진(Gene)과 비슷한 형태로 줄여서 만든 단어지요.

밈은 ‘색종이로 학을 접는 방법’이나 ‘격식이 필요한 자리에 갈 때는 정장을 입어야 한다는 믿음’처럼 말이나 행동에 대한 모방 가능한 지침이나 정보 따위를 말해요. 생식(生殖)을 통해 복제되고 전달되는 유전자와 달리 밈은 ‘모방’을 통해 복제되고 전달되죠. 복제 과정에서 변이가 발생해 유전자가 진화하듯이, 밈도 복제 과정에서 변이가 일어나고, 따라서 진화해요.

요즘 사람들이 ‘열받네’ 대신 ‘킹받네’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게 된 것도 밈 진화의 예로 볼 수 있어요. ‘킹받네’ 밈은 본래 화난다는 의미의 ‘열받네’를 변형해 진화한 밈인데 어느덧 ‘열받네’라고 말하는 사람보다 ‘킹받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이 현상은 자연에서 살던 늑대가 인간과 공존하며 개로 진화했는데 오늘날 늑대는 사라져가고 개는 번성하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요.

사람들이 숟가락으로 병뚜껑을 따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