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사상가 홉스의 눈으로 정치 바라보기
매년 1월 1일이 되면 모든 언론사는 약속이나 한 듯 정치 기사를 쏟아낸다. 지난해의 정치를 분석하거나, 앞으로 정치계에 바라는 점 등을 다룬다. 하지만 2023년 새해 첫날 쏟아진 정치 이야기의 분위기는 어쩐지 예년과는 달랐다. <경향신문>은 “극단의 한국 정치”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해 ‘정치의 실종’을 무겁게 다뤘다. MBC(문화방송) 역시 실종된 정치를 찾는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일보>도 “하나의 나라, 두 쪽 난 국민”이라는 제목의 기획기사를 통해 정치 양극화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경향신문> 기사처럼 이제 한국에서 정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라기보다는 문제 그 자체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조무원의 《우리를 바꾸는 우리》는 그럼에도 희망은 정치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비슷한 주제의 다른 책들이 으레 그러하듯, ‘정치 회복’을 외치는 한편 내가 지지하는 진영,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이 선거에서 이겨 상대방을 몰아내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여당과 야당이 적당히 합의해 ‘협치’를 이룰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조무원의 관심은 보다 근본적인 지점, 그러니까 정치란 무엇이며 더 나은 정치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있다.
이를 위해 조무원은 잉글랜드의 정치 사상가 토마스 홉스에 주목한다. 절대왕정을 옹호한 보수적 사상가로 알려진 홉스가 한국 정치에 의미 있는 통찰을 제공할 수 있을까? 조무원은 그렇다고 대답한다. 홉스는 전쟁의 공포 속에서 태어나 17세기 잉글랜드의 극심한 종교 갈등을 통과하며 자신만의 정치학을 만들어냈다. 우연의 일치인지 그의 시대는 참혹한 전쟁을 겪으며 탄생했고, 현재 내전에 가까운 갈등을 겪고 있는 현대 한국과 상당히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