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것으로 의(衣)·식(食)·주(住)를 꼽는다. 그중에서도 ‘주’에 해당하는 집이나 도시는 그 형태가 잘 변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지닌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대개 철근과 콘크리트, 유리를 주재료로 만들어진 현대건축에 속한다. 워낙 익숙한 형태이기 때문에 인류가 오래전부터 이런 건축물에서 살아온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현대건축의 역사는 사실 대단히 짧다. 기껏해야 100여 년 정도. 그전까지는 지역마다, 나라마다 서로 다른 재료와 모양으로 건물을 짓고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뿐 아니라 거의 전 인류가 현대건축물에서 살고 있다. 인류 역사상 초유의 현상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보금자리를 만드는 현대건축이 언제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지, 살펴보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현대건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는 1920~30년 사이로 본다. 그리고 이런 현대건축을 만든 선구적 건축가로는 미국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독일의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 프랑스의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세 사람을 꼽는다.
처음 무언가의 선구자가 되면 좋은 점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미개척지의 길을 닦는 과정에서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그런데 이 현대건축의 선구자들은 처음부터 완성도가 아주 뛰어난 건축물들을 내놓으면서 현대건축을 순식간에 높은 반열에 올려놓았고, 전 세계를 하나로 통합했다. 그중에서도 르 코르뷔지에는 장식이 아니라 기능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건축 유형을 선보였고, 이후 점차 기능을 넘어서서 건축의 본질인 감동적 공간을 가진 건축을 구현해내 고전건축과 비교하여 전혀 모자람이 없는 현대건축의 전형을 확립한 인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