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북쪽 끝에 있는 게르니카(Gernika). 지금은 인근의 도시 루모(Lumo)와 통합돼 공식 명칭이 ‘게르니카-루모’지만, 여전히 게르니카라고 불리고 있다. 이곳은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선 450㎞ 정도 떨어져 있는데, 자동차로 약 4시간 30분 걸리는 거리다. 근처에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유명한 도시 빌바오가 있어서 미술관을 찾아가는 길에 게르니카를 들르는 사람이 많다.
대서양을 바라보는 작은 항구도시 게르니카를 가장 유명하게 한 건 스페인 내전 때문이다. 1931년, 스페인은 오랫동안 철권통치를 해온 군부독재 정권이 무너져 공화국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공화파, 사회주의 정치인, 시골 및 도시 노동자 수천 명이 연대해서 만들어낸 변혁이었다. 하지만 이듬 해, 민주적 선거에서 패한 프란시스코 프랑코 장군이 주축이 돼 쿠데타를 일으켰다. 반란군은 스페인 북부 공화주의자들의 근거지였던 게르니카를 무차별적으로 폭격했다. 스페인 내전이 시작된 것이다.
게르니카가 공화주의자들의 주요 근거지이기는 했지만, 다수의 민간 시설이 있고 평범한 주민들이 살아가는 마을이었다. 폭격을 받아야 할 뚜렷한 이유가 없었다. 게르니카를 공습한 이유는 대중의 공포심을 조장하기 위해서였다. 이 공습을 나치당의 수장 아돌프 히틀러가 도왔다. 그는 스페인에 파시즘[1]이 퍼지길 바라는 한편, 독일 공군력을 시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단 몇 시간 만에, 1,600여 명에 달하는 게르니카 시민이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쳤고, 도시 건물의 80%가 부서져 폐허가 됐다. 인간의 존엄을 완전히 짓밟는, 이 무차별 공습은, 게르니카 공습이 세계 최초였다.
이렇게 해서 게르니카는 역사적으로 거대한 비극을 품은 도시로 우리에게 각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