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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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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리주의,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하면 그만?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공리주의는 행위의 판단 기준이 된 지 오래다. 공리주의는 민주주의와 복지 사회의 바탕이 되었지만, 공리주의 단점도 만만치 않다.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하면 그만인가라는 물음은 공리주의의 단점을 넘어 더 좋은 사회로 가기 위한 희망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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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기여입학제라는 제도가 있어. 대학발전에 기여를 한 사람의 자녀들을, 성적이 좀 낮아도 합격시켜주는 제도야. 우리나라에서도 대학 총장들이 기여입학제 도입을 허용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한 적이 있었는데, 이 의견에 찬성한 어느 신문의 사설은 다음과 같았어. “기여입학제로 확보한 재정으로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교육이 갖는 계층 이동의 긍정적 기능을 살리는 길이 된다.” 즉 그들이 생각한 ‘기여’란 ‘재정 확보’를 위한 것, 솔직히 말하자면 돈 내면 입학시켜주겠다는 뜻이지. 그들의 계산은 대충 이랬을 거야.

“상위권 대학이라면 10억 정도는 받아야지. 1인당 등록금이 1년에 1000만 원이라고 치면… 기여입학자 1명을 받으면 다른 학생 100명이 무료로 공부할 수 있어. 대학마다 40명씩만 허용하면 전교생이 무료로 대학 다닐 수도 있어. 이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훨씬 커.”

이처럼 얻는 것과 잃는 것의 크기를 재서 득이 되는 쪽을 선택하자는 생각을 ‘공리주의(功利主義)’라고 해. 벤담이 주장한 이론이야. 공리(功利)란 ‘유용함’이라는 뜻이고.

제레미 벤담((Jeremy Bentham, 1748~1832)
1748년 런던의 유복한 법조계 집안에서 태어난 벤담은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었지만 정치철학에 몰두했다. 그는 당시의 법률을 비판하고, 평생 이치에 맞는 성문법을 만드는 운동을 벌였다. 1832년 생을 마감하기까지 무려 6만여 장의 원고를 쓴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도서관에 그의 원고가 100개가 넘는 상자에 담겨 쌓여 있다.
인생의 목적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고 했던 그는 공리주의 원칙에 따라 원형 교도소, 파놉티콘의 원리를 창시했는데, 병원, 병영, 학교, 공장 등 근대의 모든 시설은 파콥티콘을 모형으로 삼았다.

고통과 쾌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