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2
윤리, 철학
목록

역할 갈등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학교의 학생이기도 하고, 부모님의 자식이기도 하고, 절친의 친구이기도 하다. 그런데 간혹 이 역할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이때 어떤 역할을 우선시해야 할까? 올바른 선택을 내릴 방법을 고민해보자.
image

이완용과 의사

1909년 12월 22일 밤, 명동성당 앞에서 이재명이 이완용을 칼로 세 차례 찔렀대. 중상을 입은 이완용은 곧바로 병원에 실려갔고 당시 최고의 의사들에게 치료를 받아 목숨을 건졌다는군. 여기서 가정을 하나 해보자고. 여러분이 당시 그 병원에 근무하던 의사라면? 또한 남몰래 봉급 일부를 독립군에게 군자금으로 보내던 애국자라면? 그런데 평소 증오하던 이완용이 피투성이가 되어 병원으로 실려왔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할래? 다음의 5지 선다 중에서 골라보자. 

① 의사라면 환자가 누구든 일단 살리고 봐야 합니다. 저는 최선을 다해 치료하겠습니다.
② 비록 내가 의사이긴 하지만 이완용 같은 인간을 살릴 수는 없습니다. 저는 치료하지 않을겁니다.
③ 당연히 내 의사로서의 능력으로 이완용을 죽여야지요.
④ 의사가 환자를 살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환자가 이완용이라면…치료를 할까 말까.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⑤ 이완용이 누군데요?

①, ②, ③을 선택한 사람은 소신이 뚜렷해서 별로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아. ⑤는 그냥 무식한 거야. 문제는 ④ 의사로서 해야 할 역할과 망국민의 의무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어. 이래서는 심리적으로 불안할 뿐 아니라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을 거야. 이처럼 개인의 욕구와 역할상 요구가 일치하지 않는 상태를 역할 갈등(Role conflict)이라고 해. 역할 갈등은 다시 역할 모순과 역할 긴장으로 분류되고.

역할 모순과 역할 긴장

역할 모순은 한 사람이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지위를 가질 때 생기는 역할 충돌을 가리켜. 교통경찰이 신호위반을 한 운전자를 적발하고 보니 학창시절 담임 선생님이어서 딱지를 끊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면, 경찰 역할과 제자 역할이 충돌하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