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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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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불복종 운동

악법도 법인가?

시민불복종 운동은 사회적 불의를 개선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양심에 근거해 법을 어긴다면 질서가 무너지지 않을까에 대한 근본적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이 물음에 대한 실마리는 올바른 저항을 구별해내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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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한용운의 ‘복종’이라는 시야.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나’로부터 이런 고백을 받는 ‘당신’은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싶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아. 누구에게 고백을 받았는지도 중요하니까. 쓰레기 같은 인간에게 이런 복종 맹세를 받으면 고백을 받은 내 자신이 쓰레기통이 된 기분이 들지도 모르니까.

그럼 이번에는, 이런 고백을 할 ‘당신’이 있는 ‘나’는 얼마나 행복할까 싶지만, 이것 역시 꼭 그렇지는 않아. 유태인 학살의 실무 책임자로 임명되어 자신의 일을 너무나 잘 해냈던 아이히만은, 히틀러의 명령에 복종했지. 그 결과 잔인한 전범, 20세기의 악마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어. 만일에 아이히만이 히틀러가 아니라 간디에게 복종했다면 성인(聖人)으로 불렸을지도 모를 일이야. 세월호 사건을 떠올려 봐. 2014년 4월 16일, 배가 침몰하는 와중에 선내 방송에서는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걸 기억할 거야. 하지만 그 배의 선박직 공무원들은 모두 ‘가만히 있지 않아서’ 살아났지. 그 방송은 복종할 가치가 전혀 없는 것이었어. 그때로부터 2년 후, 남쪽 지방에 지진이 발생했어. 그곳의 고교기숙사에서“가만히 있으라”고, 방송을 내보냈지만, 학생들은 모두 운동장으로 대피했어.

세상에는 복종할 가치가 없는 많은 것들이 ‘상식과 권위와 규칙'이라는 이름을 달고 버젓이 존재하고 있어. 물론 지켜야 할 것들도 많아. 잠시 생각을 좀 해볼까? 복종과 불복종의 기준은 뭘까? 이에 대해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1817~1862)는 ‘양심’이라고 답했어. (위의 한용운 시에서는 복종의 반대편에 ‘자유’를 놓았어. 하지만 이 시에서 그 자리는‘저항’ 혹은 ‘불복종’이 어울려.)

소로의 《월든》과 《시민의 불복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