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생인 천둥이는 이제 만 세 살이 다 되어간다. 애교도 부쩍 늘고, 더 점잖아지는 모습에 예뻐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지만, 내 마음 한구석에는 아주 작은 불안의 씨앗이 하루가 다르게 싹을 틔우고 있다. 천둥이가 정기검진을 받아야 하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천둥이가 처음 병원을 찾은 건 태어난 지 5개월 정도가 되어서였다. 당시 천둥이는 강원도 산속 집 마당에서 살던 마당개였다. 어느 날이었다. 보통 때처럼 천둥이를 쓰다듬다가 얼핏 눈을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뭔가 반투명한 실 같은 게 끼어있는 것 같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려 하니 이내 사라졌다. 잘못 본 거겠지…. 그런데 그 ‘실’이 잠시 뒤에 또 나타났다. 천둥이 얼굴을 붙잡고 자세히 보니 실이라기엔 조금 더 통통한 그것이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게’ 아닌가!
하느님 맙소사! 사색이 된 난 인터넷을 뒤져 그것이 ‘안충’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강아지 몸에 사는 내부 기생충으로, 산책을 자주 하거나 외부에 사는 강아지에게 생길 수 있다고. 개의 눈 주위에 초파리가 낳고, 그 알에서 깨어난 성충이 개의 눈꺼풀과 안구에서 기생해 사는 것이다.
그길로 아버지가 천둥일 데리고 병원에 갔다. 그때 곁에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아마 모르는 인간과 아버지가 자길 붙잡고 억지로 눈을 들여다보고 했던 게 어린 천둥이 마음속엔 큰 트라우마로 남았나 보다. 안약을 처방받아 집에 왔는데, 천둥인 더 이상 자기 몸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반려견에게 안약 쉽게 넣는 방법’ 등의 영상을 유튜브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지만 천둥이에겐 해당되는 게 없었다. 평소처럼 뒤에서 안는 듯하면서 살살 쓰다듬다가 눈꺼풀을 젖히면서 살짝 떨어트리라는 등의 노하우는 하나도 쓸모가 없었다. 천둥인 눈치가 백 단, 아니 천 단이었다. 내 마음을 읽는 독심술을 하는 걸지도 몰랐다. 그냥 살살 쓰다듬는 것과 안약을 넣으려 살살 쓰다듬는 걸 정확히 구분해 조금이라도 낌새가 이상하면 한동안은 잔뜩 경계태세…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내 품에도 오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