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방영된 만화영화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에는 환경 파괴로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우주로 향하는 인류가 등장한다. 그런데 만화 속 배경과 마찬가지로, 202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 역시 지구에서의 일상을 위협받고 있다. 심각한 기후위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미국 LA와 호주에서 대규모 산불이 4~5개월이나 지속되는가 하면, 히말라야 빙하가 녹으며 발생한 홍수로 인도에서 200명가량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지고, 북유럽에서는 겨울에 봄꽃이 피는 이상 고온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
앞으로 기후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지구 환경은 어떻게 변할까? 인류는 무슨 대가를 치르게 될까? 생물지리학·고기후학·고생태학을 연구하는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 생물지리학·고기후학·고생태학? 간단히 말하자면 약 46억 년에 달하는 지구의 역사 동안 기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이로 인해 지리와 지형, 다양한 생명의 삶의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 과거를 돌아보며 기후가 인류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이해하면, 기후위기 시대를 진단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힘을 기르게 된다.
기후는 인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인류사의 중대 사건을 추동한 것이 기후라면 믿겠는지? 저자는 인류가 정주하고 인구수를 늘려 문명을 건설할 수 있게 한 ‘농경의 시작’ 또한 기후와 깊이 연관돼 있다고 말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1만 8000년~1700년 전, 빙하가 녹아내리는 간빙기가 도래했다. 그 이전 빙하시대에만 해도 인류는 비교적 따뜻한 해안가에 밀집해 살았다. 당시 수렵·채집을 하던 고대인들은 바닷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어패류를 주 식량으로 삼았다. 그런데 간빙기에 기후가 급격히 온난해지자 남극·스칸디나비아 등 거대 빙하들이 차례로 빠르게 녹아내렸고, 전 세계 평균 해수면은 무려 100m 넘게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