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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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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함께

동네 아이들,

천둥이와 함께 자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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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어렸을 때부터 안 길러본 게 없었다. 거북이, 금붕어, 병아리, 십자매, 토끼, 다리 다친 참새, 심지어 이구아나까지…! 그런데 개, 그것도 큰 개는 그때 길렀던 아이들과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뭐랄까, 자기 존재감이 정말 확실하다고 해야 할까. 작은 갈색 푸들을 기르는 내 지인은 천둥이를 보더니 이런 말을 했다. “비교하자면, 우리 개는 나한테 ‘딸린’ 존재 같은데 천둥인 그 자체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아이 같아.”

천둥이를 기르면서, 그리고 여러 책과 활동을 통해 각성하면서 나는 서른 살이 넘어 비로소 ‘비인간 동물’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나가고 있다. 그들의 존재를 새롭게 인지하고, 그들 또한 나름의 욕구와 욕망을 갖고 살아간다는 점,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생활리듬과 언어가 있으며, 여태껏 내가 얼마나 인간 위주의 사고로 생각해왔는지 등을 말이다.

아이들, 차츰 천둥이를 이해하게 되다

천둥이로 인해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나만이 아닌 것 같다. 천둥이가 동네에 살러온 지 벌써 2년이 다 되어가는데, 그간 천둥이를 대하는 동네 아이들의 태도의 변화를 보면 느낄 수 있다.

천둥이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아이들의 반응은 크게 세 가지였다. ‘꺅, 귀여워!’ ‘으악! 너무 커!’ ‘무서워…(후다닥).’ 그중에서도 의외로 위험한 게 ‘꺅, 귀여워!’ 파다. 우다다 달려와 다짜고짜 천둥이 머리를 쓰다듬으면 천둥이는 놀라서 고개를 이리 빼고 저리 빼기 일쑤였다. 그만한 게 다행이지, 사실 개 입장에서는 그렇게 갑자기 머리를 쓰다듬는 건 상당히 무례하고도 공포스러운 행동이다. 상상해보라. 자기보다 덩치도 큰 존재가, 갑자기 손으로 시야를 가려버린다면 누군들 안 무서울까. 두려움이 많은 개들은 그럴 경우 손을 확 물어버리기도 한다(그 책임이 ‘당연히’ 개와 견주에게 간다는 사실이 몹시 억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