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친구와 싸울 때 다들 한 번씩은 “네 마음만 있냐? 내 마음도 있다!”고 외친 적이 있을 것이다. 얼핏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 말이야말로 ‘마음’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줄지도 모른다. 마음은 단순히 생각이나 느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억이나 감정 역시 마음의 중요한 일부다. 여기에 더해 마음은 바깥으로부터 주어지는 자극과도 활발히 영향을 주고받는다. 요컨대, 마음이란 쉽사리 파악하기 어려운 하나의 소우주다. 내가 잘못한 걸 알면서도 쉽게 사과하지 못하고 “내 마음”을 들이미는 이유도, 이러한 마음의 복잡함 때문은 아닐까?
저자 김성우의 《영어의 마음을 읽는 법》은 마음의 관점에서 영어를 새롭게 이해하고자 한다. 영어에 대한 우리의 마음은 복잡하다. 한편으론 어휘와 문법만을 기계적으로 외우기를 강조하는 ‘주입식 영어’에 넌더리를 내지만, 다른 한편으론 유창한 ‘본토식 영어’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이처럼 영어에 분노와 선망을 동시에 품어온 우리에게, 지은이는 거꾸로 영어의 마음을 헤아려보자고 한다. 다시 말해, 이 책은 “네 마음만 있냐? 내 마음도 있다!”는 영어의 ‘말 걸기’인 셈이다.
물론 영어의 마음을 바로 들여다볼 수는 없다. 하물며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때도 온갖 준비가 필요할진대, 영어의 경우엔 특별한 도구가 필요하다. 그 도구가 바로 ‘인지언어학’이다. 1970년대 태동한 신생 학문인 인지언어학의 특징은 이보다 약간 앞선 시기인 1950년대에 등장한 촘스키 언어학과 비교할 때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Noam Chomsky)는 겉으로 보이는 ‘인풋(Input)’과 ‘아웃풋(Output)’만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 행동주의 언어학을 비판했다. 인간은 아무런 지식이나 개념도 없이, 그저 후천적인 경험을 받아 적을 뿐인 ‘빈 서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타고난 언어능력’에 주목했다. 촘스키가 보기에 모든 인간은 말을 배우는 특별한 구조를 가지고 태어나며, 이는 언어나 문화에 상관없는 보편성을 지닌다. 때문에 촘스키 언어학은 언어능력의 ‘단원성(Modularity)’을 토대로 삼는다. 언어능력이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시스템들의 집합이라고 가정해야만 인간에게 선천적으로 주어진 언어 습득의 구조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