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무력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인다. 기후변화로 인해 줄어든 자원은 국가·인종 간 갈등의 불씨를 키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특히 기후위기로 인한 분쟁은 재난 관리 능력이 취약한 개발도상국에 더욱 치명적일 수 있으며, 여러 국가가 힘을 모아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2003년 발발한 수단 다르푸르 사태는 금세기 최초의 기후전쟁으로 꼽힌다. 다르푸르에는 유목 생활을 하는 북부 아랍계와 농경 생활을 하는 남부 아프리카계가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다르푸르의 강수량이 20년에 걸쳐 40% 이상 줄어들자 갈등이 시작됐다. 가뭄이 심해지자 북부의 유목민이 가축을 끌고 남부로 내려와 물과 풀을 먹이는 일이 잦아졌고, 이는 아랍계와 아프리카계의 갈등을 불렀다. 이 갈등은 내전으로 이어져 최소 40만 명이 사망하고, 25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전쟁은 정치·경제·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나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전쟁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식량 불안을 초래하고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원인이 되고, 이는 기존에 그 사회가 안고 있던 갈등을 고조시킨다. 2016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10년 사이에 민족 구성이 다양한 국가에서 벌어진 분쟁의 23%는 기상 재난이 닥친 시기에 발발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마셜 버크 교수 연구팀은 2009년 논문에서 기후변화가 아프리카 무력 분쟁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냈다. 이 논문에 따르면 기온이 1% 올랐을 때, 같은 해 내전이 일어날 확률은 4.5% 증가했다. 또한 현재와 같은 추세로 기온이 상승하면, 2030년에는 무력 충돌 발생 확률이 54%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예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