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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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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인류의 역사를 품다

빙하는 가장 순수하게 보존된 지구 역사의 타임캡슐이요, 지구의 체온조절기이다. 빙하가 인류의 삶에,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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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 빙하 덕에 전 세계로 퍼지다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탄생했다는 ‘아프리카 기원설’은 인류학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어쩌다 인류는 아프리카라는 요람에서 벗어나 전 세계로 거주지를 옮기게 되었을까? 재미있는 사실 하나. 그 이유가 지구에 빙하기가 도래한 것과 깊이 연관돼 있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공전하며, 자전한다. 이 공전 궤도와 자전축 기울기는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변화한다. 이에 따라 지구가 태양을 비스듬히 바라보는 시기와 똑바로 마주하는 시기가 반복된다. 지구의 공전 궤도와 자전축이 기울어서 지구가 태양에너지를 얼마 못 받을 때가 있다. 그러면 지표면이 얼어붙으면서 빙하기를 맞게 된다. 대신 지구가 태양을 똑바로 마주하는 시기에는 에너지를 받아 날씨가 풀리고, 생명이 번성하는 간빙기를 맞게 된다.

지구의 나이는 약 45억 살. 이렇게 나이를 먹는 동안 빙하기와 간빙기가 40~50차례나 번갈아 왔다.

지금으로부터 20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때는 간빙기로 인류는 온난한 날씨를 누리며 아프리카의 우거진 숲에서 풍부한 식량을 양껏 구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황금시대였다. 하지만 약 11만 년 전, 지구는 또다시 빙하기를 맞게 됐다. 하얀 빙하가 태양 빛을 반사해 지구 기온을 훌쩍 내려 얼음 지대가 늘고, 늘어난 면적만큼 더 많은 햇빛을 반사하는 일이 되풀이되면서 기온이 급속도로 낮아졌다. 약 6만 년 전에는 육지 면적의 3분의 1이 빙하로 뒤덮였고, 지구 평균 기온이 현재보다 8도나 내려갔다. 빙하기의 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