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에 대해 공부하려면 극지방에 대한 정보를 빼놓을 수 없다. 보통 극지방이라고 하면 남극보다는 북극이 더 친숙하다. 북극곰, 이누이트족의 이글루, 알래스카 원주민 일화 등. 그런데 사실 북극에는 빙하가 별로 없다. 어라, 이게 무슨 소리지? 여윌 대로 여윈 북극곰이 빙하에 위태롭게 서 있는 모습은 대체 뭐란 말인가?
북극곰이 서 있는 얼음은 빙하가 아니라 해빙이다. 해빙은 바닷물이 얼어 만들어진 얼음덩어리다. 생성 초기에는 짠물 얼음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소금기를 점점 배출해 염도가 낮아진다. 그래서 오래된 해빙은 민물 얼음과 유사하다. 반면 빙하는 육지에 내린 눈이 켜켜이 쌓여 형성된, 태생부터 민물 얼음이다. 북극 풍경을 통해 보는 얼음은 대개 해빙이고, 빙하는 아주 적다.
또한 빙하 면적으로 따져봐도 남극과 북극은 비교할 바가 못 된다. 남극은 지구 전체 육지의 9%를 차지하는데 이 대륙의 98%가 빙하다(남극 면적 약 1400㎢). 반면 북극은 전체 면적은 남극 면적보다 조금 더 넓은데(약 2,100㎢), 이 중 1,400㎢가 북극해로, 겨울철에는 대부분 얼어붙어 해빙이 된다. 여름에는 얼음이 녹아 해빙 면적이 30%가량으로 축소된다.
북극의 해빙과 빙하를 구분하는 일은 왜 중요할까? 해빙의 두께는 2~5m 정도로, 보통 1,000m가 넘는 빙하와 비교하면 얇다. 얼어붙은 물의 양이 적으니 빙하보다 해수면을 상승시킬 위험이 적다. 또 소금기를 지닌 해빙(전체 해빙의 70%)은 바다와 성질이 비슷해 설령 녹더라도 해양의 염도를 크게 낮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