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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이 오르면 누가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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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사는(living) 곳이 아니라 사는(buying) 것이 됐다. 아파트 구입을 결정할 때 가장 고려하는 것은 아마도 재산가치일 것이다. 사는 곳의 의미를 잃고 사는 물건이 되니 살지도 않을 아파트를 수십 채씩 소유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파트는 집이 아니라 투자라는 이름을 빙자한 투기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그러다보니 아파트값의 오르내림에 전 국민이 관심을 집중한다.

아파트값이 오르면 인구의 절반이 웃는다. 절반 가량이 집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구별 주택 소유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는 2005년에 발표된 ‘세대별 주택 및 토지 보유 현황’이 유일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주민등록이 된 1,777만 세대 중 45.5%는 보유한 주택이 없고 49.6%는 주택을 한 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6.5%는 집을 두 채 이상 보유한 세대다.

집을 단 한 채 보유한 사람들이 집값이 오르면 웃는데, 과연 아파트값 상승이 이들에게도 좋을까? 보통 집값이 오르면 재산이 불어난다고 느끼지만 사실 큰 착각이다. 내 집값만 오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살던 집을 팔고 집을 넓혀 가려는 사람이라면 집값 상승을 걱정해야 마땅하다. 자식을 독립시켜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 앞가림은 스스로 해야 한다는 주장은 꿈같은 생각이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임금은 제자리걸음에다 정규직도 거의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따라서 집을 두 채 이상 보유한 사람들만이 아파트값이 오른다는 소식에 마음껏 웃을 수 있다. 또 아파트 값이 오르면 점포 임대료도 오르는데, 점포 임대료가 오른다는 말은 모든 물가가 오른다는 말과 다름없다. 제 집은 따로 있고 임대료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나 부동산 투기꾼 같은 다주택자나 웃을 일이다. 그리고 그 비율이 겨우 6.5%다. 나머지 93.5%는 집값이 오른다는 소식에 울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