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내 옆 자리에 앉은 아킴이라는 친구가 어째서 아프리카는 지구 아래쪽에 매달려 있느냐고 물었다. 소비라이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전혀 그렇지가 않아! 아프리카는 위에 있어!” 아킴이 실망해서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저녁마다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 아프리카는 아래쪽에 매달려 있어요.”
소비라이 선생님은 아킴에게 앞으로 나와 무거운 지도걸이를 칠판 앞쪽으로 옮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하였다. 이어서 아주 일반적인 세계 지도가 펼쳐졌다. 하지만 거꾸로 걸려 있었다. _《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지도의 형식에 대해 의문을 던져보자.
둥근 지구를 어떻게 평평한 종이 위에 그리는 방법을 '도법'이라고 하는데 다른 말로 지도 ‘투영법投影法’이다. 투영법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림자를 비추어 그리기 때문이다. 지구 속에 전구를 집어넣은 뒤, 겉을 하얀 전지로 감싸 전구에 불을 켜면? 전지에는 지구 표면 모양으로 그림자가 질 것이다. 연필로 그림자를 잘 따라 그린 뒤 전지를 지구에서 떼어내면 지도가 완성된다. 이때 전구와 전지의 위치를 요리조리 조정하면 다양한 지도를 만들 수 있다.
현재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는 세계지도는 ‘메르카토르’ 투영법에 따라 그린 지도다. 이 투영법은 대항해시대 때 항해 시 방향을 잃지 않는 데 도움이 됐다. 메르카토르 투영법은 극지방에 가까울수록 실제보다 길어져 보이는 효과가 있다. 적도지방부터 살짝 아래로 위치한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대륙은 실제와 비슷하게 그려지고, 북반구의 유럽, 아시아, 북아메리카 대륙은 심하게 왜곡된다. 때문에 메르카토르 투영법에 따른 세계지도를 표준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지도학적 제국주의’라는 비판을 받곤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세계지도가 등장하고 있다.
1972년 독일의 역사학자 페터스는 메르카토르 도법으로 만든 세계지도를 비판했다. 이 도법으로 그린 세계지도는 면적 왜곡이 심한데, 이 지도에 익숙해지면 미국과 캐나다, 유럽과 러시아 중국 등을 실제보다 넓은 영토를 가진 국가로 인식하게 된다. 면적에 대한 왜곡은 결국 그 국가가 가진 힘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