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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탈리즘,

동양에 대한 왜곡된 시선

서양은 오래전부터 동양에 신비로운 이미지를 덧씌워서 바라봐왔다.
하지만 ‘동양’이라고 부르는 것은 과연 합당한가?
또 신비롭다는 말에는 어떤 우열의 의식이 숨어 있는가?
오늘날 우리 안에는 그런 왜곡된 시선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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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동양과 합리적인 서양

서양인의 눈에 동양의 무술은 신비해 보이나 봐. 중국의 소림사 승려나 일본의 닌자 같은 캐릭터는 서양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어. 중국 영화를 보면 무술 수련 기간이 길수록 능력이 계속 향상되어서 60년 정도 수련하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걸로 나와. 이런 설정을 서양에서도 받아들여서 <킬빌> 같은 영화를 보면 백발 노인의 무술이 젊은이를 압도해.

서양인들이 동양에 대해 느끼는 신비로움을 영화 속에 담아낸 경우는 셀 수도 없이 많아.
영화 <스타워즈>도 ‘신비로운 동양’에 대한 서양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대히트를 했어. 영화 속에서 일본 무사 스타일의 옷을 입은 제다이 기사들은 동양의 ‘기(氣)’와 유사한 ‘포스(the Force)’라는 능력을 구사해.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는 도굴을 막기 위한 기계 장치들이 등장하는데, 수천 년 된 기계들이 고장도 하나 없이 작동이 아주 잘 돼. <닥터 스트레인지>의 주인공은 교통사고로 망가진 손을 동양의 신비로운 힘으로 치료하지. 신체적, 정신적 능력에서부터 기계공학과 의학에 이르기까지 신비함으로 가득 찬 세계, 그것이 서양인들의 머릿속에 있는 동양의 이미지 중 하나야.

하지만 ‘신비하다’는 말은 다른 의미에서는 ‘잘 모른다’는 뜻도 되고, ‘비과학적’이라는 뜻도 돼. 현실적으로 보면, 인간이 60년 동안 신체를 단련하면 힘줄에 문제가 생기거나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클 거야. 수천 년이 지나도 고장 나지 않는 기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학과 공학 수준이 고도로 발달해야 하고, 그 지식을 가르치고 보존할 수 있는 사회 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해.

그러나 서양 영화가 그려 보이는 동양은 이와 같은 과학적 고려나 사회상황에 대해 전혀 합리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그런 세상이야. 무슨 말이냐 하면 서양이 동양을 신비하다고 보는 밑바탕에는 동양은 비과학적이고, 서양은 과학적이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어. 그래서 고장 없는 기계 주위에 사는 사람들을 야만인처럼 그려내곤 해. 즉 서양은 잘 모르는 동양, 동양 사람에 대해 깔보는 마음이 있고, 서양 영화에서는 동양을 ‘자기들 마음대로’ 그려내곤 하지.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필리핀, 태국, 인도, 파키스탄, 이란, 이스라엘 등 다양한 문화가 혼재된 그 많은 나라를 하나의 명칭으로 부르는 게 타당하다고 볼 수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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