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방송, 먹방이 넘치는 시대야. 처음엔 라면 10개를 순삭하는 정도이더니, 초밥 240개, 곱창 23인분을 한자리에서 먹는가 하면 40kg짜리 대형 문어, 100kg 돼지를 통째로 뜯어 먹는 먹방까지 등장했어.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을 평정한 먹방은 바다를 건너가서 ‘세계화’되었지. 2016년부터 미국 방송사 CNN이 ‘먹방’을 ‘mukbang’으로 썼고, 2020년에는 영국의 콜린스 사전이 ‘한 해 동안 가장 사용이 많이 늘어난 단어 10개’를 추렸는데 ‘먹방(mukbang)’이 들어갔어. 먹는 데 대한 관심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아서일 거야.
옛날이라고 해서 오늘날과 별로 다를 게 없었어. 3000년 전 중국의 어느 임금은 술로 연못을 만들고 나무에 고기를 매달아두고 먹었다고 하고, 로마 귀족들은 먹다먹다 배가 부르면 거위털로 목구멍 속을 건드려 토하고 나서 다시 먹었대.
인간은 왜 이렇게 식탐이 많을까? 살기 위해서? 아니야, 배부른데도 토하고 또 먹었다니 ‘먹는 게 기쁘고 즐겁기 때문’이야. 인간에게 ‘쾌락’을 주니까.
그런데 ‘기쁨 혹은 즐거움’과 ‘쾌락’은 아주 다르게 다가오지? ‘나는 쾌락주의자야’라고 말하는 사람을 존경하기는 쉽지 않아. 그 이유는 쾌락이란 말에서는 ‘타락’ ‘환락’의 느낌이 나기 때문이야. 왜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