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들이 더러웠을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야.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에게 목욕은 일상이었어. 잘 사는 집에는 욕실이 따로 있었는데, 배관 시설이 없어 하인과 노예들이 물을 길어 욕조를 채워야 했지. 또 고대 로마인들은 특히나 공중목욕탕을 너무나 사랑했어 그들에게 공중목욕탕은 마음껏 씻는 공간이자 사교의 장이며 미용실로, 안에서 게임과 운동을 했으며 피부관리도 받고 제모까지 했지.
고대 그리스·로마 의사들은 목욕을 치료의 한 방식으로 보았어. 대표적으로 히포크라테스가 목욕 처방을 선호했다고 알려져 있어. 그는 관절염 환자들에게는 냉탕을, 두통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열탕을 권했다고 해.
우리나라의 경우, 삼국 시대에 불교가 전해지면서 마음을 깨끗이 한다는 의미와 연결 지어 자주 목욕하는 문화가 퍼졌어. 같은 맥락에서 죄수에게 죄를 씻으란 의미로 ‘목욕형’을 내리기도 했지. 이러한 전통은 고려 시대까지 이어져. 고려 귀족들은 하루에 서너 차례 목욕했으며 남녀가 함께 어울려 혼탕을 즐겼어. 또 온천의 치료 효과가 널리 알려지면서 왕들은 온천 행차를 즐겼고, 신하가 병을 앓고 있을 땐 온천욕을 권했다고 해.
그러나 목욕 문화는 유럽에 기독교가, 조선에는 유교 사상이 들어오면서 점차 사라져갔어. 중세 기독교인들은 ‘더러움’을 거룩함의 증표로 여겼지. 결정적으로 14세기 유럽에 페스트가 퍼지면서 목욕 문화가 사라지게 됐어. 당시 의사들은 목욕하면서 열린 모공을 통해 페스트균이 침투한다고 믿었거든. 모공이 꽉 막혀 있으면 오히려 병균 침투를 막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의사들은 목욕하지 말라며 사람들을 강력하게 계도했고, 유럽인들은 중세 시대부터 약 400년 동안 목욕 없이 살게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