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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돈은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프랑스 근대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 에밀 졸라의 《돈》은 19세기 프랑스 자본주의가 발흥하던 시기에 거세게 일어났던 파리 주식투자 열풍을 다루고 있다. 투기와 투자가 한끗 차이인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도 그의 교훈은 여전히 의미 있으리라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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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가장 가치 없으나 모든 것을 지배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지배하는 가장 큰 힘은 돈에서 나온다. 모두 돈을 추구하고, 숭배하며, 돈에 미쳐 살아간다. 지위도, 명예도, 핏줄도 돈의 힘 앞에서는 무력하기 짝이 없다. 사람들은 다른 모든 것보다 돈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 비싼 게 좋은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돈의 양이나 돈의 크기가 곧 어떤 것의 가치를 나타내는 건 아니다. 목숨은 세상에서 가장 귀중하기에 절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다. 아무리 많은 돈을 주더라도 자기 목숨과 바꿀 사람은 없다. 인간은 자신이 정말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좀처럼 돈과 바꾸지 않는다. 부모나 아이, 친구나 연인을 시장에 내다 파는 인간 말종은 극히 드물다.

게다가 돈 자체는 아무 가치도 없다. 구리나 종이나 숫자 따위가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돈의 철학》에서 독일 사회학자 게오르크 지멜은 오히려 세상 모든 것과 교환할 수 있기에 돈은 세상에서 가장 가치 없는 사물이라고 주장한다. 돈을 다른 모든 사물과 교환할 수 있는 것은 아무런 실체적 가치도 없어서 누구나 기꺼이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가장 가치 없는 것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계, 이것이 자본주의이다. 인간 전체가 상인이 되어 이윤을 추구하고, 돈의 환상에 취해서 살아가는 세계인 것이다. 돈이 인류 사회의 중심에 놓여 정치 권력의 호위를 받고 종교의 찬양을 누린 일은 역사상 처음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곧 권력이다. 어떤 소망이든 이루어 주는 마법의 지니 램프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대를 살았던 ‘근대의 예언자’ 셰익스피어는 말했다. “돈은 검은 것을 희게, 추한 것을 아름답게, 틀린 것을 옳게, 천한 것을 귀하게, 늙은 것을 젊게, 비겁을 용맹으로 만든다(<아테네의 타이먼>).” 그러니 권력의 탄압도, 이념적 억압도 돈을 향한 탐욕을 말릴 수 없었다. 상인들은 사막의 길을 열어 비단을 나르고, 바다의 파도를 뚫고 향료를 운반해서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