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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영화에서도 가성비를 따지게 된 시대, 빨리 감기 문화를 만들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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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빨리 감기로 영화를 볼까?

유튜브를 보면 영화나 드라마를 요약해 주는 영상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인기 드라마의 요약 영상은 적게는 수십만에서, 많게는 수백만까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다. 요약 영상을 보지 않더라도 재미없는 부분을 빨리 감아 넘겨 버린다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빨리 감기로 영화를 보는 걸까?

이 책의 저자 이나다 도요시는 이러한 문화의 원인을 ‘리퀴드 소비’에서 찾는다. 리퀴드 소비란 2017년 영국의 경제학자 플로라 바디와 지아나 애커트가 제시한 개념으로 유행의 주기가 짧아지고, 그 흐름을 예상하기 어려워진 소비 경향을 일컫는 말이다.

예전에는 한번 영화가 개봉하면 적어도 두세 달은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 달이면 극장 상영이 끝난다. 드라마는 큰 인기를 끌어도 종영하고 한 달이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진다. 봐야 하는 작품은 너무 많고, 유행은 너무 빠르게 바뀐다. 문화 콘텐츠를 대화 소재로 삼으려면 최대한 빨리 유행하는 작품의 대략적인 줄거리와 재미있는 지점을 파악해야 한다.

여기에 가성비를 중시하는 문화가 빨리 감기 열풍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한다. 봐야 할 작품은 너무 많은데, 그 작품이 내 취향에 맞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이제 사람들은 재미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드라마에 시간과 감정을 쏟으려 하지 않는다. 대신 빨리 감기나 요약본으로 콘텐츠를 소비한다. 작품이 재미없다면 시간을 아껴 좋다. 반대로 천천히 봐도 좋을 만큼 작품이 재미있다면 나중에 OTT에서 다시 작품을 보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