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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의 <만무방>

‘만무방’ 응칠과 동생 응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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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에 가을이 무르녹았습니다. 아름드리 노송이 빽빽이 박혀 있고, 흙내와 함께 향긋한 땅김이 코를 찌릅니다. 응칠은 한가로이 뒷짐을 지고 산길을 노닙니다. 요놈은 싸리버섯, 요놈은 잎 썩은 내, 또 요놈은 송이….
‘아하, 요놈이로군.’
응칠은 정성스레 흙을 살살 헤쳐 봅니다. 과연 귀여운 송이가 보입니다. ‘망할 녀석, 조금만 더 나오지.’
지금은 일 년 곡식을 거두는 추수 때입니다. 농사꾼(농군)이라면 이렇게 한가롭게 송이 채취를 나서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응칠은 손 귀한 농사철인데도 꼭 해야 할 일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양식이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부쳐 먹을 땅도, 집도, 아내도, 자식도 없습니다.

노름판에서 밤을 꼬박 새운 응칠은 어정어정 산을 뒤지며 송이를 채취하다가 문득 창자가 빈 것을 깨닫습니다. 배가 고팠던 것이지요. 그래서 송이 꾸러미에서 크고 먹음직한 놈을 하나 뽑아 들어 물에 써억 비벼서는 덥석 물어떼었습니다. 혀가 녹을 듯이 만질만질하고 향기로운 맛이 입안에 돕니다.

응칠이가 이 동리에 들어온 것은 어느덧 달이 넘었다. 인제는 물릴 때도 되었고, 좀 떠보고자 생각은 간절하나 아우의 일로 말미암아 망설이는 중이었다. 그는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데는 많았다. 산으로 들로 해변으로 발부리 놓이는 곳이 즉 가는 곳이었다.
그러나 저물면 그대로 쓰러진다. 남의 방앗간이고 헛간이고 혹은 강가, 시새장
[1], 물론 수가 좋으면 괴때기[2] 위에서 밤을 편히 잘 적도 있었다. 이렇게 하여 강원도 어수룩한 산골로 이리 넘고 저리 넘고 못 간 데 별로 없이 유람 겸 편답[3]하였다.

소설 인용문을 잘 읽어보니, 응칠이 떠돌이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응칠은 그냥 떠돌이꾼이 아닙니다. 주재소를 들락날락하는 전과자였지요. 처음에는 도박으로 들어갔다가 절도로, 또 도박으로…. 그야말로 만무방인 셈입니다. ‘만무방’이란 말은 아마 처음 들어봤을 텐데, ‘염치 없이 막된 사람’을 이르는 말입니다.
<만무방>은 영락없는 ‘만무방’ 응칠과 그의 동생 응오의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