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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인공지능의 배움에도 감정은 필요할까

오늘날 인공지능을 두고 엄청난 능력으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존재, 혹은 종국에는 인간을 지배하거나 몰아낼 존재라고 그리는 문학작품이나 영화가 많다. 그러나 테드 창은 스스로 학습할 줄 아는 존재를 키우는 건 무엇보다 따뜻한 ‘감정의 교류’가 아닐까, 하고 말을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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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창이 그리는 인공지능과의 조우

인공지능은 SF 소설, 영화, 만화 등에서 중요한 소재지만, 그렇다고 인공지능에만 집중하여 본격적으로 다루는 경우는 많지 않다. 아마도 인간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인공지능이 아직 개발되지 않아서일 것이다. 오늘날 인공지능은 컴퓨터 게임, 음성인식, 공장 제어 시스템, 빅데이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지만, 이들은 인간 능력의 일부 측면을 기계나 프로그램으로 구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소설이나 영화에서처럼 사람의 기분이나 감정을 파악하고 사람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공지능은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테드 창의 중편소설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The Lifecycle of Software Objects)>는 인공지능이라는 소재를 공상이 아닌 현실의 차원에서 다룬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인공지능의 모습을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는 이런 형태로 개발이 될 거라는, 합리적으로 예상 가능한 수준으로 그려낸다. 작가가 인공지능 개발에 있어서 특히 강조하는 건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감정적 교류’다. 인공지능과 감정적 교류를 한다니… 언뜻 들으면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테드 창이 이를 어떻게 그려냈는지, 작품을 읽어보자.

테드 창(Ted Chiang, 姜峯楠, 1967~)
1967년 뉴욕 주 포트제퍼슨에서 태어났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휴고상, 네뷸러상 등 유명 SF상을 수상하거나 후보에 올라 ‘전 세계 과학소설계의 보물’ ‘세계 최고의 현역 SF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학에서 물리학과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고, 대학 졸업 후 마이크로소프트 등 컴퓨터 관련 회사에서 테크니컬 라이터로 일하면서 부업으로 SF 소설을 썼다. 테크니컬 라이터(technical writer)란 프로그램의 가이드 문서(매뉴얼, 도움말)와 같은 전문 문서를 작성하는 직업인데, 그런 탓인지 테드 창의 SF는 정확하고 날카로운 문체, 논리적 정합성에 기반한 이야기 전개, 과학기술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 소재를 특징으로 한다. 이렇게 과학적인 정합성과 논리에 무게를 두는 SF를 읽기 어렵고 딱딱하다는 의미에서 ‘하드 SF(Hard Science Fiction)’라 하는데, 테드 창의 소설은 하드 SF임에도 불구하고 우아하고 인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과학적 가설이나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독자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감정이입하며 읽을 수 있다는 게 테드 창 소설의 큰 장점이다.

가상 세계의 디지털 반려동물, 디지언트

전직 동물 조련사이자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인 애나는 스타트업 게임 회사에 취직한다. 이 회사는 디지언트(digient)라 불리는, 일종의 디지털 반려동물 게임을 막 개발한 참이다. 팬더, 아기호랑이, 침팬지 등의 모습을 한 디지언트는 개 정도의 지능과 학습 능력을 갖추어 인간의 언어를 배울 수 있다. 디지언트는 프로그래밍된 반응만 하는 게 아니라 인간과 상호 교류를 통해 스스로 성장하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