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화를 보면서 무언가를 느끼는 게 쉽지 않다. 작가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그린 걸까 상상은 해보지만, 그 복잡한 영역을 어찌 쉽게 여행할 수 있으랴. 달아놓은 그림 제목을 보면서 유추해보지만, 마음으로 읽는 게 여전히 어렵다. 칸딘스키의 <노랑 빨강 파랑>은 어떤가? 이 세 가지 색은 우리가 아주 잘 아는 3원색이다. 칸딘스키는 이 세 가지 색상을 기둥으로 삼은 다음, 이 색채에서 파생되는 녹색, 분홍색, 검정색 등을 화폭에 담았다. 형태는, 리듬감이 느껴진다. 원과 타원과 점과 선. 이들이 때로는 조화를 이루기도 하고, 때로는 긴장하듯 배치되었다. 이 작품을 두고 미술계는, 색채에 대한 칸딘스키의 연구결과라고 평한다.
그림_<노랑 빨강 파랑>(1925)
참 어렵다. 누구나 작정하면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추상화. 왜 화가들은 이런 추상화를 그리는 걸까. 후대의 해석이 아니라 화가의 육성으로 설명을 해주면 좀 나으려나?
새로움의 추구, 낡은 것을 지루해하는 사람의 마음이 아마도 현재의 인류 문명을 만들어냈으리라. 수박 겉핥기나마 미술사를 들여다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사진이란 게 등장하기 전, 그림은 마치 사진처럼 대상의 형태와 색채를 그대로, 또는 조금 더 아름답게 화폭에 담았다. 고전주의 시대의 초상화를 비롯한 그림은 사진 역할을 톡톡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