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강 안에 기다란 섬이 있는데, 바로 그랑자트 섬이다. 쇠라는 저마다 유행하는 옷을 빼입고 섬에 여름 소풍을 나온 사람들을 그림에 담았다. 눈에 익은 그림으로, 가히 신인상주의의 대표작이라 불릴 만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 눈에야 익숙하지만, 쇠라가 이 그림을 발표할 당시의 시선으로는 낯설었다.
쇠라는 19세기 말 프랑스의 화가로, 당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사람들은 과학과 기계문명의 눈부신 발전으로 사고패턴에 큰 소용돌이가 일었다. 그래서 ‘과학적 사실에 기초한 합리적인 사고’는 당시 최신유행 아이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쇠라 역시 이러한 시대정신을 좇는, 지적이면서도 예술적 재능을 겸비한 청년이었다. 그는 특히 색채이론이나 광학(光學)에 큰 관심을 가졌고, 이를 활용해 자신의 작품을 완성시키려고 했다.
지금이야 ‘광선으로서의 색(色)과 물감으로서의 색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지만, 이 사실은 쇠라가 스무 살 무렵 독일의 한 과학자에 의해 밝혀졌다. 빨강, 파랑, 노랑의 삼원색이 광선(빛)일 때는 서로 섞이면 흰색이 되지만, 물감이 섞일 때는 검은색이 된다는 사실이. 쇠라는 이 새로운 발견에 무척 고무되었고, 팔레트에 물감이 섞여 탁해지는 것이 싫어서 캔버스에 섞지 않은 색을 붓으로 꼼꼼히 배열함으로써 맑고 질서정연한 느낌의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이러한 기법을 점묘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