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을 듣는 또 하나의 재미는 바로 음악에 담겨있는 유럽 각 국가의 민족 선율과 정취를 느껴보는 것이다. 흔히 ‘클래식’이라 하면 독일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나라를 떠올리지만, 실제 클래식은 생각보다 많은 국가에서 자신들만의 고유한 색채를 만들어가며 발전해왔다. 이렇게 클래식계를 이끌어가는 주류 국가에서 태어나지는 못했지만, 음악을 통해 자신이 나고 자란 조국의 선율이나 리듬, 혹은 그 나라만의 독특한 음악적 양식을 표현했던 이들이 바로 ‘민족주의 작곡가’들이다.
민족주의 작곡가들의 음악은 ‘뻔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전통 장단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들려줬을 때 그것이 결코 뻔하게 들리지 않는 것처럼 민족주의 작곡가들의 음악 역시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접해볼 수 없는 그 나라만의 음악적 특징을 담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이미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렇듯 뻔하지 않은 민족주의 작곡가들의 음악은 오늘날의 우리에게 다가와 그 나라의 음악적 양식은 물론 풍경과 문화, 정취 등을 느끼게 해주며 클래식 음악을 듣는 재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오늘 소개할 작품 역시 유럽을 대표하는 민족주의 작곡가의 작품이다. 자신의 조국 체코를 넘어 전 유럽의 민족주의 음악에 큰 영향을 미친 작곡가. 체코의 음악에 대해 고민하고, 체코 음악의 정체성을 세우기 위해 노력했던 ‘체코 근대 음악의 아버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의 대표 작품 교향시 <나의 조국> 중 <블타바>다.
본격적으로 곡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기 전, 한 가지 바로 잡을 것이 있다. <나의 조국> 중 <블타바>는 사실 ‘몰다우’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더욱 친숙하다. 하지만 ‘몰다우’보다는 ‘블타바’라 표기하는 것이 옳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후술하기로 하고, 이 글에서 역시 해당 작품을 ‘몰다우’가 아닌 ‘블타바’라 표기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