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칩, 치킨너깃 등 초가공식품은 입이 심심해 몇 개 집어먹기 시작하면 어느새 한 봉지를 다 비우게 되는 것들이다. 텅 빈 봉지를 보고 놀라는 일이 잦다. 왜 초가공식품은 예상보다 많이 먹게 될까? 초가공식품이란 가정에서 만드는 게 불가능할 정동로 공장에서 여러 공정을 거쳐 다양한 첨가제를 넣어 만든 식품을 말한다. 탄산음료와 시리얼, 라면 등이 대표적이다.
초가공식품이 우리의 ‘지복점’을 자극하도록 만들어진 것과 관련이 깊다. 당분처럼 우리의 혀를 사로잡는 맛에는 섭취 한계점이 있어서 한 가지 맛이 극단적으로 강해지면 음식의 기호성이 줄어든다. 예컨대 홍차를 마신다고 해보자. 각설탕 하나를 넣으면 기분 좋게 달달하겠지만, 각설탕 열 개를 넣으면 너무 달아서 마시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섭취 한계점을 넘지 않으면서도 우리 뇌가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쾌락적 보상을 제공하는 맛의 지점이 바로 지복점이다.
초가공식품 회사들은 소비자의 지복점을 자극하기 위해 당분과 지방을 혼합한다. 따로 쓰일 때보다 뇌를 두 배는 더 흥분시키기 때문이다. 지방의 기름지고 고소한 맛은 입천장부터 뇌까지 이어지는 삼차신경을 타고 전달되고, 단맛은 혀 위에 분포한 미뢰가 감지해 곧장 뇌로 전달한다. 이처럼 설탕과 지방을 모두 함유한 초가공식품은 뇌를 여러 경로로 자극해 우리가 열광적으로, 멈추지 않고 먹게끔 유도한다.
당분과 지방의 만남은 서로의 맛을 완화하여 섭취 한계점을 한층 더 올린다. 이 때문에 우리는 무지막지하게 달고 기름진 초가공식품을 물리지 않고 많이 먹을 수 있다. 2018년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초가공식품 빵 30개를 분석했는데, 평균적으로 빵 하나에 각설탕 22개에 해당하는 당분이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각설탕 22개를 연달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빵은 누구나 앉은 자리에서 손쉽게 하나를 해치울 수 있다. 지방이 단맛의 한계점을 가려주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