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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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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의 외주화,

어떤 맛·영양소 섭취할지 결정권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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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이 된 외식·밀키트·초가공식품, 우리의 입맛 바꿨다

배는 부른데 빵은 또 먹고 싶고, 물이 있어도 탄산음료에 손이 간다. 현대인의 식습관은 점점 건강과 멀어지고 있다. 달고 기름진, 중독성이 강한 음식에 포위돼 있다. 이렇게 먹다간 몸 곳곳에서 이상 신호를 보낼 게 뻔하다. 당분과 지방이 가득한 식단에서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하지만, 쉽지가 않다. 아침은건너 뛰는 사람도 많고, 요기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점심은 어쩔 수 없이 외식이다. 저녁도 외식일 때가 많고, 집에서 먹는다고 해도 밀키트나 배달음식일 때가 많다. 그리하여 밀키트나 각종 초가공식품에서 헤어나오기가 어렵다. 

과거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외식이 잦다. 부모님께 어린 시절 외식을 얼마나 자주 했는지 물어보면 졸업식이나 입학식 같은 특별한 날로 손에 꼽을 정도였을 것이다. 국민 경제력이 좋아지고, 생활 패턴이 변화하고, 외식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하루 1회 이상 외식이  2008년 24.1%였던 게 2019년에는 33.3%까지 올랐다. 이뿐만 아니라 라면·스팸 등 각종 초가공식품이 거의 주식이나 다름없다. 연세대 의대 심지선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하루에 섭취하는 전체 열량의 4분의 1 이상을 초가공식품에서 얻는다.

외식 빈도가 늘고 초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하면서 우리의 입맛은 더 달고 기름진 쪽으로 옮겨갔다. 외식 요리는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자극적인 맛으로 조리한다. 이미 이 맛에 익숙해져서 바깥 음식이 얼마나 달고 기름진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딸기의 총당류는 6.1g으로 각설탕 2개(각설탕 하나에 3g) 정도이고, 냉면은 총당류 30.9g으로 각설탕 10개 정도다. 각설탕 10개를 먹는 건 엄청나게 당을 섭취하는 일로 여겨지는 데 반해 냉면 한 그릇을 먹을 때 각설탕 10개를 섭취하고 있다고 자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당과 지방이 부족한 음식은 어느덧 '맛없는 음식'이 돼버렸다.  한번 바뀐 입맛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을 느끼려고 외식을 하고, 외식을 안할 때는 집에서도 밀키트·초가공식품 등 달고 기름지면서도 편의성이 좋은 식품을 찾게 된다. 이른바 ‘식사의 외주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