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성국 발해의 최후는 다소 허무하다. 거란의 기습공격에 제대로 저항 한번 못 하고 한 달 만에 멸망(926년)했기 때문이다.
어쩌다 발해 같은 강대국이 이렇게 손쉽게 멸망해버렸을까?
사실 멸망 당시 발해는 강대국이라 부르기엔 너무 약해져 있었다. 10세기 초 발해는 심각한 내부 분열을 겪고 있었다. 지배층 사이 권력 다툼이 일어난 탓이었다. 발해 사회는 혼란에 빠졌고 군대의 기강도 해이해졌다.
이 무렵 혼란을 겪던 국가는 발해만이 아니었다. 중국과 한반도의 사정 역시 복잡했다. 중국에선 당나라가 멸망하고 크고 작은 나라가 난무하는 5대 10국[1] 시대가 열렸다. 한반도도 마찬가지로 신라, 후백제, 후고구려가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하는 후삼국 시대에 진입했다.
이처럼 동북아시아의 여러 나라가 휘청이는 틈을 타 세력을 크게 키운 집단이 있었다. 바로 거란이었다. 발해의 전성기인 9세기만 해도 내몽골(오늘날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과 만주 일대 초원에 드문드문 흩어져 살던 거란족 무리는 10세기 초 부족장 야율아보기의 지휘 아래 통일 국가 거란을 세웠다. 이후 중국 대륙 북부를 차지한 거란은 요나라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