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린(逆鱗)이란 말이 있다. 뜻풀이대로라면 ‘거꾸로(거스를 逆) 난 비늘(비늘 鱗)’. 이 말은 《한비자》 <세난편>에서 유래했다. 용은 순하고 사람과 친근한 동물인데 용의 몸에는 81개의 비늘이 있다. 그중에 목 아래에 거꾸로 붙은 비늘이 하나 있는데, 일종의 급소인 셈이다. 누군가 이 역린을 건드리면 용이 사람을 해친다. 이 고사에서 유래해서 임금의 노여움을 사는 일을 역린이라고 한다. 현대에 와서는 사람들이 민감해하는 문제를 뜻하는 말로 많이 쓰인다.
‘군대’ 관련 이슈는 ‘입시’ 문제와 함께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역린이다. 연예인, 스포츠선수 본인, 정치가들의 자녀 등 공인들의 병역비리가 드러나면, 여론은 매몰차게 등을 돌린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엄청난 인기 스타였던 가수 유승준은 공익근무요원 소집을 앞두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병역기피자로 몰렸다. 이 일로 사람들의 공분을 사 결국엔 입국 금지조치까지 당해 한국에서의 활동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이후 그의 노래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게 됐다.
나라를 지키는 일은 신성한 의무다. 그리고 한국의 대다수 젊은이들은 성실하게 그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 자유롭게 생활해 온 청년들이 상명하복의 엄격한 규율에 얽매이고, 황금 같은 청년기 2년여를 적당한 보상도 없이 허송세월(?)로 기꺼이 보내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병역의무가 국가 안보를 위한 신성한 의무여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무리 싫어도 피할 방법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병역법 제88조에 따르면, 현역병이 훈련소에 들어가야 하는 날짜에 정당한 사유 없이 입소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병역기피 전력이 있으면 취업하기도 어렵다. 상황이 이러니 누군가 꼼수를 써서 병역을 기피한 정황이 드러나면 사람들은 사회적 매장으로 응징한다. 병역기피를 포함한 병역비리는 현재 한국 군대의 큰 골칫거리다.
논란도 많고 문제도 많은 병역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