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는 ‘코리아’의 원형이라는 의의가 있는,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나라다.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하면서도 하나로 단결한 최초의 통일국가. 918년 왕건이 고려를 세운 이후 1392년 이성계의 손에 무너질 때까지 470여 년 존속한 나라다. 조선왕조가 500년이니 짧지 않은 세월이다.
하지만 고려는 조선과 비교하면 친근하지 않다. 1,000년 전이라는 까마득한 시간적 거리도 있을뿐더러 고려의 수도인 개경(개성)이 북한 땅에 있어 가볼 수 없기 때문이다. 조선보다 아득하게 느껴지는 고려 왕조의 특징을 조금 흥미롭게 설명해 보고자 ‘왕건의 혼인’을 무대 위에 올려보았다.
왕건은 자그마치 29명의 아내와 혼인했고, 34명의 자녀를 두었다. 왕이라는 절대권력을 가져서라고 하기에는 그 수가 많다. 고려의 다른 왕들이 평균적으로 3.2명의 부인을 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이 말을 조금 뒤집으면, 왕건이 29명의 아내를 맞이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뜻이 된다. 그게 뭘까?
고려의 태조 왕건은 지방 호족 세력의 도움으로 후삼국[1]을 통일했다. 지방 호족 세력은 그의 든든한 지원 세력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왕권을 견제하는 세력이기도 했다. 천년을 이어온 신라가 후삼국으로 갈라진 것도 지방의 토호 세력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