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파산>은 학교 앞 네거리에 있는 문방구를 둘러싸고 두 친구 정례 모친과 옥임, 그리고 돈놀이하는 영감(일명 교장 선생)이 저마다 품고 있는 돈에 대한 욕망을 적나라하게 그린 작품이에요. 제목이 ‘두 파산’인데, 이는 정례 모친과 옥임 두 사람의 파산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지요. 작가 염상섭은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 사이였던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걸까요?
이 작품을 쓴 염상섭은 이미 1920년대 중반부터 당시의 현실을 지배하는 실체가 무엇인지 꿰뚫고 있었습니다. 바로 '돈'이었지요. 물론 식민지라는 역사적 현실도 있었지만, 사회와 사람들을 움직이는 진짜 힘이 돈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어요. 식민지 지배와 더불어 자본주의 사회가 시작되었으니, 당연한 현실 인식이라고 볼 수도 있지요. 아, 하지만 이 작품의 배경은 일제강점기가 아니에요. 1949년 작품이니, 해방 후 어수선했던 시절의 이야기예요.
그럼, 우선 <두 파산>의 주인공 정례 모친과 옥임이 어떤 사람인지 살펴보고, 이들이 어떤 일을 겪는지 따라가 보죠. 불행히도 이 작품 속에는 긍정적인 인물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군요. 두 사람에 대한 작가의 시선도 당연히 부정적이고요.
정례 모친은 어려운 살림에도 자식들 공부시키느라 고생하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공과대학을 다니는 맏아들에, 이미 혼기가 찬 딸, 중학교 다니는 둘째 아들이 있어요. 남편이라는 사람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땅을 팔아 택시 일을 하는데, 신통치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