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규범이 안정되고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존중받는다면 그 사회의 구성원들도 사회와 강한 결속감을 느끼게 된다. 구성원들이 자신들이 사는 사회에 대체로 만족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자연스럽게 안정감을 느낄 것이고 스스로의 삶에도 만족하게 될 것이다.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며 사회는 개인에게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자살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급증하는 자살의 유형을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장자연 사건처럼 잇단 연예인 자살의 배후에는 대중들의 악의적이고 무분별한 악플, 여자 연예인에 대한 낮은 사회적인 인식, 여성의 성을 도구화하는 관련 업계의 관행,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안정적이기 어려운 경제 문제 등이 도사리고 있다. 청소년의 자살은 어떤가? 어릴 때부터 과도한 성적 경쟁에 노출돼 있는 것과 무관할 수 없다. 40대 가장의 자살은 개인사업의 어려움, 실직 등 사회경제적 문제로 인한 것이고, 질병과 가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노인들 역시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물론 자살 결심의 직접적인 원인이 우울증인 경우도 많지만 이러한 심리적 상태를 이끈 사회적 원인을 고려해야만 한다.
자살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대해 정확하게 자각해야만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국민 개개인이 더 행복할 수 있다.
자살의 사회적 책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IMF 경제위기가 불어닥친 1998년에 자살자 수가 전년 대비 무려 43%나 급증했다. 이후 2002년, 2003년 각각 전년 대비 25%씩 늘었다. 그 결과 2000년 이후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 1위에 올라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경제 정책의 실패라는 사회적 요인이 자살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IMF 때 수많은 회사들이 구조조정을 했고, 조기퇴직자가 급증했다. 한창 일할 40대 50대 가장들은 어쩔 수 없이 자영업자로 내몰렸으나 이들은 경험 부족, 불황의 늪에 허덕이며 사업을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고 절망적인 빚 독촉에 시달리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렀다.